(토마토칼럼)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재테크 ‘투표’

입력 : 2021-04-06 오전 6:00:00
이런 표현이 낯설지 모르겠으나, 투표는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오르길 오매불망하는 재테크가 아니라 투자자가 직접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재테크다. 
 
투표를 재테크라고 부르는 이유는 선거의 결과가 향후 개개인의 재테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재테크라고 대놓고 비유하지 않을 뿐이지 다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각 언론들이 유력 후보들의 정책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유불리를 판단해 투표한다. 
 
투표권을 행사한 지난 30여년을 돌이켜 보면 모든 선거를 좌우한 명제는 ‘정의구현’과 ‘부동산’ 딱 두 가지로 압축됐던 것 같다. 군사정권의 퇴장과 김대중 정부의 등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탄생이 정의구현의 결과였다면, 노무현 정부의 쇠락과 현 정부의 (아마도) 레임덕은 부동산 폭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유권자들은 누군가가 더 잘할 거라 기대해서 뽑는다기보다는, 지금 정부가 못해서 갈아치우는 선택을 주로 했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그 결과를 벗어날 것 같지 않다. 건설, 건자재 업종이 지난해 말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뜻 아닐까?  
 
이번 보궐선거에서 투표권도 없는 경기도민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재테크전문기자의 시각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다. 정부 여당이 지금 어려운 선거전을 치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부동산 가격 폭등에 관한 부분이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가 근본적인 배경이긴 했지만, 집값을 뛰게 만든 책임이 현 정부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산가격 상승을 적폐로 규정하고 정책을 세우다 보니 잘못된 답이 나왔다. 그래서 온국민이 분노했고 야당은 이를 적극 활용해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그렇게나 바라마지 않던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서 질문. 정비사업 즉 주택 재건축이나 지역 재개발을 옥죄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서울 구도심을 싹 갈아엎고 새 아파트를 공급하면 부동산 가격이 잡힐까? 이론적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공급을 늘린다면 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토록 새 아파트를 원하는 것은 새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도 물론 있겠지만,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똑같이 집을 공급하더라도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개발 대신 민간개발을 바라는 가장 큰 이유가 그렇게 해야 차익이 커지기 때문 아니었나?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8억원에 분양해야 할 집을 6억원에 분양했더라도 나중 시세는 같다. 차익을 누리는 주체가 다를 뿐이다. 6억원과 8억원의 차액을 건설사와 조합원이 나눠 갖느냐 신규 분양자에게 돌리느냐의 차이다. 기업공개(IPO) 할 때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공모주 수량 절반을 청약자들에게 고루 나눠준 것과 흡사하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들의 지지율을 보면 야당 후보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 막판 각종 의혹이 쏟아졌으나 아마도 대세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BBK는 내 것”이라고 말했던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은 건 BBK가 그의 것이 아니라고 믿어서가 아니었을 테니까. 
 
다만, 무주택자와 1주택자, 다주택자의 목소리가 같은 것은 영 어색하다. 
 
모쪼록, 흔치 않게 돌아오는 재테크 기회, 각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기 바란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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