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대선까지 가는 길은 산 넘어 산의 연속이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이 지사의 '1강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실제로 이 지사는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선거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받으며 견제가 심해졌고 민주당에선 제3 후보 찾기가 본격화될 조짐인 데다 당내 경선 연기론까지 거론되고 있어서다.
11일 민주당 홈페이지의 당원 메뉴인 '당원존'의 정책제안 게시판과 권리당원 게시판엔 4·7 재보궐선거 후 이 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선거 전엔 이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 당정의 방침과 결이 다른 행보를 하는 것을 지적하는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대통령 되겠다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터트려놓고', '국민의힘이랑 결이 같다' 등 선거패배의 책임이 이 지사에게 있으니 탈당하라는 비토까지 나올 정도다.
여당이 선거에서 진 배경엔 부동산정책 실패와 LH 투기 의혹 등에 따른 민심 이반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선거결과를 보도하며 '내로남불(Naeronambul)'이라는 신조어까지 언급했다. 때문에 억강부약과 공정세상을 강조한 이 지사는 민주당에게 대안으로 여겨질 법하지만 실제 당심은 정반대다.
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윤화섭 안산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정장선 평택시장, 박승원 광명시장, 안승남 구리시장, 김보라 안성시장, 김상돈 의왕시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기도 공공배달 플랫폼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사진/경기도청
일각에선 대선경쟁에서 당분간 이 지사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민주당의 기류는 이 지사에게 마냥 유리하지 않다. 선거 직후 이 지사의 지지율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앞섰다. 여권 경쟁자인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난 8일 민주당 지도부가 물러나고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친문인 도종환 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성, '친문 비대위'라는 지적을 듣는다.
이런 마당에 여권에서 대선 경쟁력을 강화를 명분으로 친문 또는 제3 후보 찾기가 본격화되면 이 지사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에선 9월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키로 한 경선 일정을 미루는 게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애초 민주당은 20대 대선일(2022년 3월3일)의 180일 전까지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기간에 자당 지지율이 떨어지자 민주당에선 '민주정부 20년 집권'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을 쇄신한 뒤 새 인물군과 대선 전략을 찾는 게 더 급하고 후보 선출은 연말에 하는 게 옳다는 여론이 급부상했다. 현재 민주당에서 친이재명계라고 부를 수 있는 인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정성호 의원과 김영진·김병욱·이규민·임종성·김남국 의원 등 10명 안팎에 불과, 이 지사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친문 일각에선 속된 말로 '이재명 되면 우린 다 죽는다' 이런 인식까지 있어서 이 지사의 독주가 부각되면 될수록 견제도 심해질 것"이라며 "최근 이 지사의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는데, 지지율 견인과 당내 대선주자 지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계속 이슈를 띄우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