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소매유통업계 체감경기전망이 큰 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2월말 시작된 국내 백신 접종이 소매유통업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2021년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직전 분기보다 19p 상승한 ‘103’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이면 그 반대다.
업태별로는 대형마트(95), 편의점(97), 슈퍼마켓(93)이 각각 52포인트, 36포인트, 28포인트 상승하며 기준치(100)에 근접했다. 백화점(96)과 온라인·홈쇼핑(114) 또한 전 분기에 이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갔다.
대형마트(95)는 지난 분기 대비 52포인트 급등하며 대면 소비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분기 확진자 수 증가의 영향으로 매출 증가세가 한때 주춤하기도 했으나, 2분기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날씨가 풀리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할인행사와 차별화된 프로모션도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업태별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그림/대한상의
편의점(97)도 36포인트 상승하며 본격적인 회복세에 올라탈 것으로 예측된다. 비수기인 동절기에서 벗어났고, 식당·카페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이 9시에서 10시로 연장돼 매출 상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학원이 문을 열고 새학기가 시작된 점도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마켓(93)은 28포인트 상승,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했다. 특히, 신선식품을 둘러싸고 온라인쇼핑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라인 배송기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폭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슈퍼마켓 각사는 최근 배달 전문 플랫폼과 손잡고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점포를 배송거점 삼아 신석식품과 가정간편식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다만 백화점(96)의 경우 큰 폭의 변화는 없었다. 백화점의 핵심 고객층인 고연령대 수요층은 아직도 매장 방문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보복소비로 패션·명품관련 핵심품목 매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온라인·홈쇼핑(114)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온라인장보기, 홈코노미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기준치(100)를 크게 상회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온라인쇼핑 비중은 ‘현재대비 증가(55.8%)’하거나 ‘현재와 비슷(36.6%)’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주요 경쟁상대를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의 업태가 온라인쇼핑을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온라인쇼핑을 경쟁상대로 지목하는 비중이 타 업태 대비 높게 나타났다. 소매시장 경쟁구조가 오프라인간 경쟁에서 온·오프라인 경쟁구조로 변화하면서 이들 업태에게는 온라인 강화 및 온·오프라인 연계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강화하고자 하는 경영역량으로는 ‘차별화(34.1%)’, ‘상품·가격(28.2%)’, ‘입지(22.2%)’, ‘플랫폼(17.5%)’을 차례로 들었다. 업태별로는 대형마트(36.6%)와 온라인·홈쇼핑(54.1%)이 ‘플랫폼 경쟁력을 가장 많이 꼽은 반면, 백화점과 슈퍼마켓은 디지털 경쟁력(61.8%)과 상품·가격 경쟁력(40.8%)를 더 많이 지목했다.
정부지원책으로는 ‘유통규제 철폐·완화(37.3%)’를 가장 많이 꼽아, 여전히 유통 규제가 유통업체의 경영애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어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자금·세제 지원(27.3%)’, ‘소비활성화를 위한 추가 재난지원금 배포(25.2%)’가 뒤를 이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소비심리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변화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비즈니즈모델을 차별화하고 상품·서비스 혁신노력을 하는 기업만이 변화된 시장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