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돈 버는데 손잡아달라는 미국…셈법 복잡해지는 삼성

웨이퍼 들고나온 바이든 "미국 반도체 강화"…분명히 한 중국 견제 의지
이미 20조 쓰는 삼성, 추가 투자 새 고민으로…'매출 파워' 중국도 의식해야

입력 : 2021-04-13 오후 1:53:09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요구받았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간에 낀 삼성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화상 회의에 참석해 삼성전자 등 전 세계 주요 기업들에 "당신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우리의 경쟁력이 달려있다"며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국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미국의 공급망을 확보하느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고 미국 내 공격적 투자를 요청했다.
 
이어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는다.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며 중국 견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도체와 공급망 복원을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 구글·TSMC·포드 등 글로벌 주요 기업 19개가 참석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된 삼성전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나와 미국의 의지를 들었다.
 
회의 후 백악관은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으나 반도체 웨이퍼를 손에 쥔 미국 대통령이 직접 투자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자리를 지킨 삼성으로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170억달러(약 19조1500억원)대 미국 내 파운드리 증설 사업의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추가 투자라는 새 고민거리도 떠안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투자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업계로서는 당연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내 장비 추가 도입 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공정용 노광 장비를 공급하며 주도권을 쥔 네덜란드 정부 등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해야 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계속 바이든 정부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을 향한 미국의 손짓은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반도체는 미국 입장에서 산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요구는 단순히 자국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되찾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기업들에 경제적 동맹 관계를 요구함으로써 이를 방패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 움직이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현재 샤오미와 비보 등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주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해 매출의 약 2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이 가진 '매출 파워'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삼성으로서는 자신의 편에 서달라는 미국의 압박이 여간 곤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기술의 핵심을 놓고 경쟁을 심화하고 있다"며 "4차 산업 관련해 중국을 누르려는 의지가 강한데 그 최전선에 반도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과 기준 없이 신냉전이라는 대립 양상을 띄운 트럼프 정부에 우리 산업계가 느끼는 압박감은 현실적으로 덜했다"며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불필요한 힘의 낭비 없이 '경제 동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동맹들의 수준, 친밀도 등을 적극적으로 판단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