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금융사들이 연이어 저축은행 인수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금융권 대출수익이 증가하면서 투자 매력이 커졌다. 궁극적으로는 서민금융을 지원한다는 방침 아래 배당 압박이 덜한 점을 고려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저축은행 배당 매력이 부각되면서 인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금융지주 등이 잇따라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유진에스비홀딩스 전환상환우선주 1293만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유진에스비홀딩스는 유진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로,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지분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VI금융투자도 최근 JT저축은행과 JT캐피탈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달 JT저축은행·캐피탈 모회사인 일본 'J트러스트'는 양사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앞서 VI금융투자는 JT저축은행만 인수하려 했지만 대주주 적격성심사에 막혀 JT캐피탈을 함께 인수하는 방법을 꺼냈다.
지난해에는 우리금융그룹이 역시 아주저축은행·캐피탈을 인수해 비은행 계열사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 아주캐피탈을 인수한 뒤, 3월 아주캐피탈의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을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는 우리금융캐피탈·저축은행으로 사명을 바꿔 영업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는 것은 대출수익이 급증하면서 배당 매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중은행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상당수 고객이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면서 대출수익이 늘었다. 무엇보다 서민금융 지원 취지에 따라 시중은행 대비 배당 규제 압박 영향이 덜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대형 및 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은 앞다퉈 배당을 실시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해 중간·결산배당을 통해 총 282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은 68.9% 수준이다. 신한저축은행은 50억원, 페퍼저축은행은 30억원의 결산배당을 단행했다. 이번에 유진저축은행 지분 인수한 KTB투자증권도 배당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판단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유진저축은행은 지난해 103억원의 결산배당을 시행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유진저축은행의 최근 3년 평균 배당금 약 89억원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배당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 시너지 역시 기회로 평가된다. 증권사의 경우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스탁론 사업 등에서 협업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탁론은 증가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증권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우리은행 및 우리카드와 손잡고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과 연계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카드와는 지난 1월 양사 간 거래를 통해 저축은행 창구에서 제휴 카드인 '우리금융저축은행 카드의정석 포인트'를 판매 중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와 전산망을 통합하고 연계 상품을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