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들이 기업 뭉칫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은행 측은 역마진을 우려해 금리를 낮추고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자구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이 수신고가 급격히 늘면서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5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이달 1일부터 'OK기업자유예금'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이 상품은 하루만 자금을 맡겨도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식 상품이다. 기존 고객에 적용하는 금리도 내렸다. 앞으로 3개월 이상 자금을 예치하면 1.3% 금리를 적용한다. 이전보다 0.3%포인트 금리가 줄었다. 예치기간이 짧을수록 금리 혜택을 더 축소했다. △3개월 미만 0.8% △1개월 미만 0.7% △7일 미만 0.5% 등의 금리가 적용돼 이전보다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
또 다른 수시입출금식 상품 'OK대박통장' 금리도 조정했다. 30억원 이하 자금을 맡길 경우 기존 대비 0.1%포인트 낮춘 1.3% 수준의 이율을 적용한다. 이외에도 정기예금, 정기적금, 퇴직연금 등 총 13개 수신상품 금리를 조정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웰컴 기업자유예금' 상품의 금리 적용 기준을 바꿨다. 과거에는 10억원 초과 예치 시 기존에는 최대 1.7% 금리를 적용했지만 5일부터는 1.0% 수준으로 내렸다. 또 △5000만원 초과~10억원 이하 0.8% △3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0.7% △1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0.6% 등 0%대 이율을 제공키로 했다. 200억 초과시에는 우대금리을 제외한다.
오는 9일부터는 '웰컴 비대면 보통예금' 상품도 예치금 3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0.5%의 연이율을 지급한다. 3000만원 이하분은 기존 대비 0.2%포인트 낮춘 1.3% 금리를 준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도 법인을 타깃으로 예금상품 금리를 조정한다. 이달 16일부터 'SBI사이다 보통예금' 금리를 변경한다. 50억원 초과 예치금에 대해 금리 한도를 기존 대비 1%포인트 내린 0.2%로 적용키로 했다.
이처럼 주요 저축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증시 조정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한꺼번에 쏠리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기업 자금이 요구불예금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이처럼 수신고가 급증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어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여파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진 데다 오는 7월 최고금리 인하로 대출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급해야 하는 예금이자가 늘면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신은 금융사 입장에선 고객에게 받은 부채"라며 "코로나 장기화로 경기 변동성이 커져 여신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이자를 제공하면서까지 예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큰 이벤트가 없어 수신 금리는 인하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