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간편 보고 시스템.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현대백화점이 결재판을 없애고 비대면으로 모바일 통해 5~6줄의 문장으로 결재 문서를 대체하는 사내 ‘보고 문화’ 실험에 나선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 직원들을 위해 형식 위주의 대면 보고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보고 문화’를 구축해 나간다.
현대백화점은 사내 보고 문화 개선을 위해 2만여 개의 결재판을 폐기하고, 이달부터 사내 온라인, 모바일 그룹웨어(업무관리 프로그램) 내에 새로운 방식의 전자결재 시스템인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간편 결재’와 ‘보고톡’으로 구성된 ‘간편 보고 시스템’은 기존 PC는 물론, 모바일을 통해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간편 결재’의 경우, 품의서나 내부 공문, 근태원 등 기존에 사용되던 결재 문서 양식 대신 5~6줄의 간단한 문장만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간편 결재 버튼을 누르면, 일반 메신저의 ‘쪽지 보내기’ 기능처럼 결재받을 사람과 제목, 내용을 적는 입력창만 열린다. 불필요한 내용을 넣지 않고, 핵심이 되는 내용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현대백화점은 보고 문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간편 결재는 허례허식보다는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이들이 보고서 양식을 채우는데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업무 본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라며 “이번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으로 460여 개의 기존 보고서 양식을 간편 결재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 보고 축소를 위해 업무 내용을 비대면으로 보고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보고톡’ 기능도 도입한다. 결재가 필요 없는 내용 등을 일과시간 중 팀 내에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팀 공유 대화방’으로, 전달된 내용에 대해 수시로 공유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재택 근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공유 등 직원간 소통을 독려하고, 개인 SNS 메신저와 업무 메신저를 분리해 직원들의 사생활도 존중하기 위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이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MZ세대 직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 위주의 대면 보고 대신 MZ세대 직원들의 성향이나 눈높이에 맞춰 ‘보고 문화’를 새롭게 재정립하기 위해서다. 또, ‘보고’에 대한 부담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동시에 직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67.4%) 가량의 직원이 업무하는데 있어 ‘보고’가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현대백화점은 ‘보고 문화 개선’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사내 캠페인 ‘보고, 쉽다’를 진행하고, 별도의 캠페인송도 제작해 업무 시간 중 방송할 예정이다.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간편 보고 시스템’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대면 보고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전자결재 방식을 간편 보고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