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주범으로 한방진료비를 지목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환자들의 한방진료 신뢰도와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진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두고 보험사들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급된 보험금에서 물적보상이 인정보상보다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의협회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마치 한의진료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일부 보험업계의 주장은 명백한 오류"라면서 "환자의 진료선택권과 한의사의 소신진료를 위해 이 같은 잘못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의협회는 한의자동차보험이 건강보험의 기준은 물론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국토부 고시), 자보심사지침(심평원 공고), 공개심의사례(심평원 공개) 등 다수의 엄격한 심사기준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보험 한의 진료비의 증가세는 미흡한 심사기준과 무분별한 진료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상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근골격계 치료 등 한의 치료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가 높고 실손의료보험 위주의 의과 진료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의협회는 자동차보험 보상액 중 환자 의료비 등 인적보상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물적보상액은 7조8000억원으로 전체 자동차보험금의 54%를 차지했다. 이 중 자동차 수리비는 6조4000억원으로 인적보상액 총액 6조3000억원 보다 1000억원 높았다.
한의협회는 "한의진료비의 증가 요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단순히 보여지는 수치로만 문제를 삼고 있는 일부 보험업계의 행태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단체로서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간 원인을 늘어난 한방진료비라 탓으로 진단했다. 2019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4%로 전년 대비 5.5%포인트 증가했는데, 병원치료비의 46.4%를 차지하는 한방진료비가 28.2%포인트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9년 9500억원으로 5년 새 252% 늘었다. 한방진료를 받은 환자 수도 16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양방진료비는 9.2%, 양방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의원들의 나이롱 환자 호객 행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한의원이 1~2인실로만 병실을 구성하는 등 호화병실 마케팅을 일삼고 있어 한방 상급병실료 청구액이 치솟았다는 지적이다.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상위 4개 손해보험사의 2019년 상해급수 12~14급 경상환자 1인당 평균진료비는 한방이 76만4000원으로 양방 32만2000원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방진료수가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방 첩약을 한 번에 10일씩 처방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약침의 투여횟수, 용량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한방진료수가 기준을 세분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비만 독보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인데, 단순히 환자의 선호도가 높다는 등의 이유로 이 같은 증가세를 설명하긴 어렵다"며 "자동차 부품비의 경우에도 사고가 나면 수리하거나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적보상액 비율이 높은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21일 한의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한의계 5대 요구사항' 이행 촉구 긴급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모습.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