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도입 여부를 놓고 방역당국이 정보 수집 등 모니터링 단계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푸트니크V 도입을 검토하라는 지시 하루만에 정보 수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스푸트니크V를 두고 전문가들도 '신뢰성'을 거론하는 등 정보 검증과 안전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양동교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2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스푸트니크V 백신의 안전성 자료 외에 국외 허가·승인 및 접종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백신 수급 불안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스푸트니크V을 추가 백신 카드로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90%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 백신 개발 지원과 공급 및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5일에서 2021년 3월 31일까지 스푸트니크V 2차 접종까지 마친 성인 380만명의 코로나19 감염률을 분석한 결과, 백신의 효과가 97.6%로 나타났다.
이날 양 반장은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 상황에 대해 "현재는 자료 수집과 국외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단계"라면서 "기업체에서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안다. 진행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5일 외교부에 스푸트니크V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의 혈전 발생 등 안전성 정보를 수집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대상 국가는 러시아 등 12개국이다.
식약처 역시 공문 발송에 대해서는 단순 모니터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 백신의 경우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한 백신에 비해 통상적 절차로는 정보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스푸트니크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의 문제"라며 "신뢰성의 문제는 데이터로밖에 승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데이터를 러시아 쪽에서 충분히 제시하고 그 부분에 대한 리뷰를 충분히 해 우리가 믿을만한 백신이냐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며 "러시아 쪽에서 제시한 자료들이 충분한가, 믿을만한가 이런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조언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출입기자단 온라인 백브리핑에서 "허가청(식약처)이 다수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어 종합 판단하려 한다"며 "유럽의약품청(EMA)의 허가 절차 결론이 조만간 나오면 이를 보고 허가청 의견도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했지만,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 전에 1, 2상 결과만으로 승인하면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이후 지난 2월 해외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공개한 임상3상 결과에서 예방 효과가 91.6%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헝가리, 인도 등 전 세계적으로 60여 개국 정도다. 다만 안전성 문턱이 높은 유럽이나 미국·캐나다 같은 북미 국가에서 사용이 승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
방역당국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정서윤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