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66년만 공개…시민 앞 모습 드러낸 '중정'

옛 방사청 부지 첫 일반인 개방…이국적 자태 보인 옛 해병대 본관

입력 : 2021-04-23 오후 6:40:05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들어가는 거에요? 혹시라도 체온이 높게 잡혀 못 들어갈까봐 걱정돼요."
 
23일 오후 12시5분 서울 용산구 옛 방위사업청 부지로 들어서는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은 만에 하나 66년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금단의 땅'으로 들어갈 기회를 놓칠세라 조바심을 냈다.
 
이들은 오전 10시30분부터 '녹사평 산책' 둘레길을 걷는 중이었다. 원래 녹사평 산책 구간은 6호선 녹사평역부터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방촌 신층시장, 후암동 108계단, 구 용산 공설시장, 옛 용산공원 갤러리가 포함된 코스이지만 이날에는 후반부의 구 공설시장과 갤러리를 제외하고 지난 12월 용산공원에 편입된 구 방위사업청 부지가 추가됐다.
 
시민들은 이날 20도가 넘는 기온 속에서 해방촌 특유의 높은 언덕을 오르고, 108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내리막길을 걸어내려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전원이 발열 체크를 통과해 진입할 수 있었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옛 방위사업청 부지에 있는 구 해병대사령부 본관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 건물이 시민들을 맞았다. 1949년 창설된 해병대는 임시시설을 전전하다가 1955년에 미군의 지원을 받아 독자적인 사령부 건물에 자리할 수 있었다. 옛 본관 건물은 이국적인 모양새 때문에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깊다고 평가받고 있다. 건물 한편은 지상 1층과 2층, 다른 한편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단차를 이룬다. 또 건물 내부의 정원인 '중정'이 있다.
 
1973년 해병대가 해군과 통폐합되면서 본관에는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이 들어섰다. 이후 2017년 방위사업청도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현재는 빈 건물이 쓸쓸히 남아있는 상태다.
 
부지에는 해병대기념관, 200m 길이 방공호도 있었다. 해당 방공호는 일제가 만든 주변의 다른 방공호와는 달리 한국 역사에서 2번째로 오래된 '국산'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용산공원 국민참여단 300명은 오는 25일까지 사흘 동안 조를 나눠 옛 방위사업청 부지를 둘러본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희망자를 모집해 구성한 국민참여단은 부지를 포함해 용산공원 조성에 대한 국민권고안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한다. 참여단은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원 정체성, 공원의 생태·역사·문화적 국민활용, 공원에 대한 지역사회 관점에서의 의제 발굴, 용산공원 일대 역사문화유산 이해 등을 논의한다.
 
이날 안내를 맡은 해설사는 "해병대사령부 초대교회, 해병대기념관, 옛 사령부 본관 건물은 남산에서 용산공원까지의 녹지축을 이루고 있다"며 "용산공원이 조성될 때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옛 방위사업청 부지는 서울시와 군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오는 9월부터 참여단 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될 가능성이 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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