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가 선복(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양)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 선박을 계속해서 투입하고 있지만 물류난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항만 적체가 계속되는 한 물류 대란과 이에 따른 해상 운임 상승은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28일 국내 1위 컨테이너선사 HMM(옛 현대상선)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8월부터 미주와 유럽 등의 노선에 총 21척의 임시 선박을 투입했다. 구체적으로 △미주 서안(LA) 12회 △미주 동안(서배너·뉴욕) 3회 △러시아 3회 △유럽 2회 △베트남 1회다.
그런데도 선복이 부족하자 정부는 추가 임시 선박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해상운임 급등에 따른 수출입물류 대응책 논의를 통해 미주 항로에 매달 2척의 임시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유럽과 동남아 같은 주요 항로도 물류 상황을 고려해 임시 선박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임시 선박을 계속 투입함에도 선복이 부족한 건 컨테이너를 내리는 항만이 코로나19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항만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검역을 줄줄이 강화하면서 입항 절차가 이전보다 복잡해졌다. 여기에 재택근무 시행 등으로 근무 직원은 줄면서 선박이 항구에 도착해도 짐을 내리지 못한 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남 광양항 컨테이너부두에 정박한 컨테이너선. 사진/뉴시스
배에서 하역된 컨테이너가 부두 밖으로 반출되는 기간 또한 길어지고 있다. 미국 LA와 롱비치항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평균 2일 정도면 부두 밖으로 컨테이너가 나갔는데, 현재는 2배인 4일여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최근 들어 나아진 것으로 12월엔 5일을 돌파하기도 했다.
유럽의 항만들 또한 비상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유럽 각국의 항만은 인력난이 심한 상황이다. 특히 독일의 작업 지연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등도 인력 부족으로 항만에 컨테이너가 계속해서 쌓이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한국의 부산항도 화물들로 이미 90%가량 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항의 경우 70~80% 정도 차면 이미 화물이 많은 수준"이라며 "항만 적체로 배들이 바다에 떠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선복 부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경기 부양책과 수에즈 운하 좌초 사고까지 겹치면서 물동량까지 계속 느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운임 고공행진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2979.76을 기록했다. 이는 2009년 10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코로나19로 운임이 곤두박질친 지난해 4월 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시시각각 운임이 오르면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장기 계약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장기 계약을 파기하고 취소 수수료를 문 후 새 계약을 하는 게 유리할 정도로 운임이 고점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아무리 돈을 줘도 화물을 실을 공간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