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자동차업계에 배터리 내재화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 GM(제너럴모터스), 폭스바겐, 포드까지 배터리 개발을 위한 노선에 속속 합류하는 모습이다. 완성차업계들이 배터리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배터리 전기차 수익성에 직결돼서다. 더불어 내연차 시장에서 일개 부품이던 배터리가 친환경차 전환기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배터리 권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각사의 배터리 기술 확보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아 최초의 전용 전기차 모델 'EV6' 사진/기아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업체들은 배터리 자체 생산 또는 협력사들과의 공동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지난 27일 1억8500만달러(약 2057억원)를 들여 미시간주 남동부에 배터리 개발센터를 설립 계획을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해 최종적으로 자체 배터리 셀을 생산하기 위함이다.
앞서 폭스바겐도 배터리 자체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공장 6곳을 증설하고 연간 240GWh 규모의 배터리 셀 자체 생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포드는 폭스바겐과 포괄적 협력관계로 이미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한 상황에서도 포드도 같이 안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발표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GM은 LG와 협력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진행중이다. GM은 지난해 5월 LG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세우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 30GWh 규모 배터리 1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에는 23억달러를 들여 테네시주 제 2공장 설립 방침도 구체화했다.
전기차 시장 1강 테슬라는 자체 생산 방안을 연구 중이며 현대자동차그룹도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열린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을 추진중이고 국내외 네트워킹 등 기술 제조 경쟁력을 확보해 2025년 시범 양산, 2030년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는 ‘꼭 가야할 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상적으로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원가는 30%~40% 정도다. 배터리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영업수익 만으로는 호실적을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제 차량의 ‘심장’이 엔진이 아닌 배터리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전체 운영비를 따지면 35%밖에 안된다"며 "결국 배터리를 빼고 나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배터리 내재화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배터리 경쟁력이 회사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완성차업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배터리사들의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다.
이 교수는 "코나 화재경우도 실제 배터리 생산 조립 불량이라는 것이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LG측에서 인정을 안하면서 발표가 늦어진 경향이 있다"며 "LG와 현대차의 배터리 불량에 대한 다툼에서조차 국토부, 산업부가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업체 힘 때문에 쉽게 발표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이 자동차업체가 배터리를 직접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하게 계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