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법원이 잘못된 주소로 판결문을 보내 원고가 뒤늦게 알았다면 항소기간이 지났어도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는 A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발송송달과 소송행위의 추후보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집트인 A씨는 지난 2018년 7월 입국해 그해 10월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인천출입국은 지난해 1월 그에게 난민협약 1조와 난민의정서 1조가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난민 불인정 결정했다.
A씨는 이집트 세관 직원이자 폭력조직 두목인 B씨가 2018년 6월 컨테이너를 빼앗았고, 자신이 컨테이너 내용물을 되찾아오자 '10만 달러를 주지 않으면 살해한다'는 위협을 받아 한국에 난민 신청했으므로 난민 불인정 처분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인종·종교·국적·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 받을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B씨에 대한 진술도 일관되지 않고, 가족들이 자동차 부품가게를 정상 운영하고 있어 신빙성도 의심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사인의 위협은 난민 신청 요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난해 4월 1심 판결정본을 A씨 소장에 기재된 주소로 보냈지만 '주소불명'으로 송달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이 5월 판결정본을 공시송달했고, 그 사이 항소 기간이 지났다. 법원이 1심 진행 기간 보낸 변론기일통지서와 변경기일통지서 역시 주소불명으로 송달되지 않았다.
A씨가 판결문을 받지 못한 이유는 법원이 우편물에 주소지를 제대로 적지 않아서였다. 법원은 A씨 주소를 '인천 ○○구 ○○대로 ○○○'로 적었다. 반면 A씨가 소장에 쓴 주소는 특수주소가 포함된 '인천 ○○구 ○○대로 ○○○(○-○-○)'였다.
이를 뒤늦게 안 A씨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항소 기간을 못 지켰다며 지난해 8월 법원에 추후보완 항소장을 냈다.
2심은 항소를 각하했다. 소송 당사자는 사건 진행상황을 조사할 의무가 있는데, A씨가 의무를 다하지 않아 민법상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A씨의 항소가 적법하다 해도 1심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반면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정확한 주소로 소송 서류를 송달하지 않아 발송송달이 위법하고 효력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소 제기 후 적극적으로 재판 진행 상황 및 판결 선고 사실을 알아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말미암아 불변기간인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가 제기한 추후 보완 항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