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비대면 중심으로 활동 반경이 재정의됐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 구호처럼 외치던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현실이 됐다. 디지털·온라인·언택트가 뉴노멀이 되면서 사람들은 기존과 다른 일·여가·휴식의 방식을 취하게 됐고, 그에 따른 신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발생했다. 특히 IT 영역에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IT 업종을 중심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진양·정등용 기자] #. 30대 워킹맘 S씨는 요즘 워크케이션이 가능한 서울 시내 호텔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있다. S씨는 현재 일주일에 절반만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그의 회사가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유행 당시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한 후 지금까지 순환 재택근무를 지속 중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지하철 러시아워를 겪지 않아도 되고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는 점은 좋지만, 일과 가정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재택근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를 피해 방 안에 숨어서 일을 하는 '웃픈' 상황도 종종 연출된다. S씨는 "굳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호텔과 같이 제3의 장소에서 업무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같다"며 "집에서는 일에만 몰입하기 어려운데 환경에 변화를 주면 리프레시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재택근무가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춘 일부 IT 기업에서만 재택근무가 종종 목격됐는데, 지금은 다수의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지난 4월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전체 835명의 응답자 중 24.5%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고, 29.7%는 "1번 이상 재택 근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를 피할 이유는 없다. 사람인이 기업 355개사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생산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109개사)의 55%가 "정상근무와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업·직종 특성상 재택 근무가 효율적(46.7%, 복수응답)이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원격 업무·협업 솔루션이 잘 갖춰져 있어서(38.3%), 직원들이 책임감 있게 재택근무에 임해서(35%), 재택근무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있어서(16.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기업들은 각 가정에서 회사 시스템에 원격으로 접속해 기존과 동일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가이드를 설정,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화상과 원격 접속을 통한 미팅 시스템의 구축을 마친 곳도 적지 않다. 재택근무 시행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들도 있었지만 1년 이상 재택근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매뉴얼이 잡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넥슨의 한 직원이 화상회의를 통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넥슨
업무의 장소보다 업무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K텔레콤(017670)은 '워크 애니웨어'라는 기치 아래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하는 방식을 추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을지로·종로·서대문·분당·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는데, 재택근무의 단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출퇴근 시간도 줄여주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렸다. SK텔레콤은 추후 구성원 거주지 등을 분석해 거점 오피스를 점차 확대해 갈 방침이다.
KT(030200)도 이달부터 7월 초까지 공유 오피스를 활용한 거점오피스를 시범 운영한다. 광화문(동·서)·우면·분당 등 KT 4대 사옥에 근무하는 임직원은 강남·서울숲·여의도·영등포 패스트파이브와 정동·석촌·서울대·일산 일대 집무실에서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다.
급기야 라인플러스는 '집, 회사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체류하며 한 달 일해보기'를 마련했다. 공간의 제약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업무의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다. 제주를 포함해 국내 어디에서든 개인이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고 회사는 한 달 숙박비를 최대 200만원까지 실비로 지원한다. 초기 모집에서는 10명을 선정하는데 200여명의 신청자가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면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들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카카오(035720)는 최근 다수의 이용자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그룹 페이스톡' 기능을 베타 서비스로 선보였다. 최대 10명까지 동시 참여가 가능하며 작은 플로팅 화면으로 사용하거나 '화면끄기' 선택시 카카오톡 프로필을 노출하는 등 이용자의 편의를 돕는 요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네이버(
NAVER(035420))는 자체 개발 브라우저 '웨일'에 화상회의 솔루션 '웨일온'을 탑재했다. 무료로 제공되는 웨일온은 사용 시간의 제한이 없고 최대 500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T전화에 최대 30명까지 그룹통화를 할 수 있는 'T그룹통화' 기능을 도입했다. 통신사가 다르거나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T그룹통화로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원격 대면통화 서비스인 'T전화 콜라'를 이용하면 5G 네트워크의 경우 QHD급 화질로 상대방 얼굴을 보며 대화할 수 있다.
카카오톡은 다수의 이용자가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그룹 페이스톡' 기능을 베타로 선보였다. 사진/카카오
다만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곳 상당수가 대기업 혹은 IT계열 회사라는 점에서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재택근무 경험 비율이 대기업 재직자는 70.5%인 반면 중소기업 재직자는 43.5%에 그쳤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작은 업체들을 보면 노동 유연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면서 "업체가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