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해 급증한 저축은행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가 상환 유예 조치에 나서면서 사실상 좀비기업까지도 부실기업으로 걸러지지 않아 향후 만기 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조218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7.6% 신장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4조814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25.9% 늘었다. OK저축은행은 가장 큰 성장률을 보였다. 1조2860억원으로 전년보다 40.6% 상승했다. 웰컴저축은행은 3조28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한국투자·페퍼저축은행은 각각 2조2780억원, 1조2846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전년보다 16.7%, 페퍼저축은행은 9.9% 늘었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이 일제히 급증하자 부실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 피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유예 조치가 6개월씩 두 번 연장되면서 추후 이연된 부실이 한꺼번에 쏠린다면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에서도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17.3%로 타업권 대비 높아 위험 크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도 3%를 기록해 전년 대비 플러스로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 차주 대부분이 코로나 피해 업종인 것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11개 저축은행(드림·모아·스마트·NH·OK·유진·JT·키움·키움예스·하나·한국투자)의 중기대출에서 코로나 피해 주요 5개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을 집계한 결과, 시중은행보다 약 7%포인트 높은 38.6%를 기록했다. 코로나 피해 주요 업종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 수리기타개인서비스업 등이다.
특히 11개 저축은행의 소상공인 업종별 이자보상배율(금융비용 대비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부실징후여신을 추정한 결과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실징후여신은 27.3%였다. 이 역시 시중은행보다 7%포인트 더 높았다.
여기에 저축은행 특성상 다중채무자가 많고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 부실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높은 다중채무자와 후순위대출 취급 비중을 감안하면 자산건전성 저하폭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가 상승하고 소상공인의 부채 증가가 지속될 경우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심화돼 자산 부실화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에서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급증하면서 대출 상환 유예 정책 종료 시 부실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