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팬데믹에 의한 경기침체(Pandemic Recession)’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경기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유동성 과잉에 따른 자산 시장의 과열양상이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이 두드러지고 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팬데믹과 최대의 유동성이 만들어낸 버블현상을 목전에 두고 <뉴스토마토>는 15주년 창간기획으로 ‘거품 리스크’를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 '커지는 버블 경고등' 글 싣는 순서
①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 전부 올랐다
②유동성의 힘…파티는 계속될 수 없다
③버블 위기 가능성…일본 불황의 '교훈'
④버블 붕괴는 시간문제…전문가들 "자산 급락 대비해야"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자산시장 가격 상승에 대한 ‘버블 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자산 가격 거품이 걷히고 나면 자칫 일본식 장기 경제침체에 빠질 위험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유동성 회수에 돌입하면 거품이 낀 일부 자산에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미 경제 방송 CNBC 등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발간한 금융안정 반기보고서에서 주식 등 위험 자산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해당 보고서에서 연준은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들의 가치가 지난해 11월부터 올랐으며 일부는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며 "낮은 국채 이자율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자산의 가격은 역사적 기준과 비교해서 더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 선호 현상이 꺼지면 자산가격은 상당한 하락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경고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자산 시장의 거품에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풀었다. 시중에 넘쳐난 돈은 고용이나 시설 투자 등 생산적인 부문이 아닌 부동산을 비롯해 주식 등 변동성이 큰 자산 시장에 흘러가 비정상적으로 가격을 밀어 올렸다.
이 때문에 일부 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을 경우 과거 일본식 장기 불황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일본 내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촉발됐다. 앞서 지난 1985년 일본은 플라자합의 당시 5%였던 기준금리를 1987년 2.5%대까지 낮췄다. 이는 경기침체를 방지하고,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 결과 경기는 회복됐지만,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주식 및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자산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이 시기 일본의 주가와 땅값은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자산 거품이 심각해지자 일본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 3.25%로 인상한 데 이어 급기야 1990년 8월에는 6%에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정책당국은 부동산 대출 규제까지 나섰다.
이내 주식·부동산 거품은 붕괴하기 시작했고,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대규모 부실 대출을 떠안은 금융기관은 민간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실물경제는 침체됐고 소비자 물가하락과 소비위축, 기업 투자 위축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1991년부터 20년간 유례없는 장기침체를 경험했다.
우리나라 경제도 일본식 장기침체 불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말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기조하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강한 상승세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주택가격이 경제의 기초체력에서 벗어난 정도가 클수록 큰 폭의 조정이 발생하고, 그 여파로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되,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서 거품이 형성되고 붕괴되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거품의 사후 처리 비용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10일 미 경제 방송 CNBC 등에 따르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초 발간한 금융안정 반기보고서에서 주식 등 위험 자산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