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불가리스 논란 여파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퇴한 가운데 남양유업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새판짜기에 들어갔다. 다만 지분 정리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경영 쇄신안이 언제쯤 나올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10일 유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003920)은 경영 쇄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또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후임 경영인 선정 시까지만 대표를 유지하도록 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7일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다뤘다.
비대위원장은 정재연 남양유업 세종공장장이 맡는다. 경영 혁신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기 위해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정 공장장이 선정됐다는 게 남양유업의 설명이다. 다만 비대위가 몇 명으로 구성될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남양유업 비대위는 경영 쇄신안 마련과 함께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도 요청할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선 요청은 홍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앞서 홍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다만 경영 쇄신안이 언제쯤 나올 수 있는 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홍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만큼 경영 쇄신안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지분 정리 방안이 담겨야하기 때문이다.
홍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매각이나 증여를 해야 하는 데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잡혀있지 않다는 점도 쇄신안 마련에 속도를 늦추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남양유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홍 회장이 가진 지분은 51.68%이며 홍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은 53.08%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홍 회장의 배우자인 이운경씨가 0.89%, 동생 홍명식씨가 0.45%, 홍 회장의 손자인 홍승의 군이 0.0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 자리에서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와 차남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이 보유한 지분은 없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사태로 사실상 기업의 존폐 위기까지 내몰린 만큼 홍 회장의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으로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고 소비자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홍 회장의 외조카 황하나씨가 마약 사건에 연루될 때 마다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고 최근 불가리스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는 최악의 정점을 찍었다. 이에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535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11년 만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대리점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을 것”이라면서 “오너리스크로 기업이 망가진 만큼 지배구조를 개선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