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361610)(SKIET)가 기대와 달리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 기록)'에 실패하면서 공모주 청약을 향한 지나친 열기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위 '따상 테마주'처럼 변질돼 가는 공모주 투자 접근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IET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시초가(21만원) 대비 26.43% 급락한 15만4500만원에 장을 마감하며 따상에 실패했다. SKIET는 장 시작과 함께 공모가(10만5000원) 대비 100% 급등한 21만원에 시초가가 확정되면서 따상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이후 바로 20%대 급락세를 보였다.
SKIET는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 청약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따상 기대감이 한껏 달아올랐다.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8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도 80조9017억원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대 증거금을 기록했다.
대다수 기업들은 상장 이후에도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거품 논란에 휘말렸다. 하이브는 상장 당일 주가가 25만8000원을 기록했으나, 지속 하락한 끝에 5거래일 만에 30.62%(17만9000원) 미끄러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일 16만9000원으로 마감했지만 현재 11일 종가 기준 주가는 15만1500원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도 이날 기준으로 상장일보다 각각 16.14%, 15.06%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어급 기업들의 따상 실패에 대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나치게 높은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따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희망 공모 밴드가 높아진 게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SKIET의 경우 시초가가 두 배는 됐지만 상한가까지 못 갔다는 것은 이미 공모 가격이 충분히 높아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다시 상한가를 가려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이어져 온 따상 행진이 공모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것이 결국 따상이 나타나는 데 있어서 굉장한 부담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대형 IPO 기업들의 상장 후 주가 부진이 소위 '따상 테마주'가 돼 가는 경향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IPO 공모주 투자가 따상 시 차익실현하는 투자 기회로 인식되고 있어 조금이라도 빨리 매도하려는 경쟁이 나타나 '초단기 투자'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방향도 바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이미 대형 IPO들이 어떻게 보면 '따상 테마주'처럼 변해버렸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의 단기적인 접근 방식이 주가가 빠지게 되는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상을 하면 바로 팔고 나오는 그런 투자가 아니라 공모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SKIET가 11일 열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염재인 기자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