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입주민 12명과 반려견 13마리, 사람보다 더 많은 반려견이 사는 국내 최초 반려동물 친화형 청년 공동체주택 ‘견우일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서대문구는 북가좌동 견우일가에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과 김영호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5일 입주식을 가졌다. 견우일가는 ‘1인 청년가구가 반려견을 매개로 한 가족처럼 사는 집’이란 뜻을 담고 있으며 서대문구에서 공급한 다섯 번째 청년주택이다.
견우일가가 기존의 다른 공동체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과 가장 큰 차별점은 ‘반려견을 키우는 청년 1인 가구’를 입주대상으로 한다. 반려견은 동물등록과 예방접종을 마친 소형견(장애인 보조견 포함)만 해당한다.
청년은 일정 소득기준 이하 미혼의 19~37세로, 대학생은 제외된다. 임대료는 평균 보증금 1742만 원에 월세 22만원 수준으로 주변 시세에 대비해 30~50% 가량에 불과하다. 2년 계약 단위로 청년과 반려견 모두 자격 유지 시 추가로 갱신할 수 있다.
반려견 친화형 공동체주택인 만큼 입주자 12명은 펫티켓과 공동체주택에서 사는 방식에 대해 사전 교육을 받았다. 12개의 호실 앞에는 호실 번호뿐만 아니라 반려견 이름과 견종, 성별, 중성화 여부 등 반려견의 프로필도 붙여져 있다.
무엇보다 건물 곳곳에 특화시설이 눈에 띈다. 1층 현관과 커뮤니티실에는 반려견 목줄을 걸 수 있는 고리와 산책 후 씻길 수 있는 세족시설, 애견욕조, 배변처리기가 있다. 옥상에는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간단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도그런을 갖췄다.
반려견과 입주민이 함께 사는 거주공간도 특화시설이 자리했다. 각 가구 조명은 반려견의 눈 피로를 덜도록 깜박임이 없는 플리커 프리 조명을 설치했으며 화장실 출입문 하단에는 반려견이 드나들 수 있는 펫도어를 만들었다.
소리에 민감한 반려견을 위해 소리를 내는 초인종 대신 반짝이는 ‘초인등’이 달려있다. 바닥마감재도 일반 주택과 달리 미끄럼방지로 이뤄졌다. 실내 환기시설을 갖춰 배변 등으로 인한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했고, 차음 설계가 이뤄져 반려견이 짖는 소리가 지나치게 입주민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견우일가 거주공간 화장실에 설치된 펫도어. 사진/박용준 기자
이미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12명의 입주민들은 모두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입주민들은 “안전하게 옥상 산책을 할 수 있어 좋다”, “다른 반려견도 예방접종을 완료해 걱정없이 함께 뛰어놀 수 있다”, “서울에서 강아지를 허락하는 집 찾기가 어려웠는데 다행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넉 달째 견우일가에 살고 있는 김모(30·여) 씨도 반려견 눈높이에 맞춘 인테리어에 가장 큰 점수를 줬다. 이전까지 용산에서 부모님과 살던 김 씨는 몽실이(비숑·암·3)가 짖을 때마다 이웃집의 눈치를 봐야만 했다.
고심하던 김 씨는 견우일가를 접했고 저렴한 임대료와 친화형 시설 덕분에 인생 첫 독립을 결심할 수 있었다. 몽실이는 이제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에서 김 씨와 마음놓고 공놀이를 하고 있다. 밖에서 배달이나 택배 등이 와도 초인종 소리에 반응해 이웃까지 피해를 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 씨는 “견주들이 함께 살면서 몽실이가 더이상 숨지 않아도 된다”며 “몽실이와 이렇게 넓은 집에 살 수 있어 만족하며, 다른 견주·반려견들과도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말했다.
반려견 몽실이와 함께 견우일가에 입주한 김모 씨.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