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믿었던 '타운하우스'마저…

쌍용·LIG 등 최근 고전.."또 하나의 골칫거리"

입력 : 2010-07-27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부동산시장 침체로 일반아파트 분양이 위축된 가운데, 분양 ‘틈새시장’이라 불리는 타운하우스시장에서도 건설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타운하우스란 2~3층짜리 단독주택을 연속적으로 붙인 형태의 소규모 초고가 주택단지다. 세대 수가 적어 좁은 땅에서도 분양을 진행할 수 있어서 일반아파트 분양 위축을 대체할 건설사들의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타운하우스를 분양한 건설사 대부분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보였다.
 
전통적 부촌인 평창동에 자리잡은 쌍용건설(012650)의 타운하우스 ‘오보에힐스’ 는 총 19세대 중 10세대 이상이 미분양돼 절반 정도만 분양됐다. LIG건설의 타운하우스 ‘더 게이트힐즈 성북’도 12세대 중 30%가 넘는 4세대가 미분양됐다.
 
경기도 신도시 쪽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남양건설의 용인 동백지구 ‘남양 휴튼 트리니티’는 1단지 30세대 중 70%인 21세대가, 2단지 18가구 중 65%가 넘는 12세대가 미분양 상태다. 자드건설이 분양한 화성의 ‘동탄 인앤인’도 25세대 중 60%인 15세대가 비어있다.
 
경기도 신도시에 미분양 타운하우스가 남아돌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2007년 9월부터 실시된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건설사들은 시행 직전에 우후죽순 타운하우스 분양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타운하우스 분양은 된서리를 맞게 됐다. 2008년에는 타운하우스를 분양한 16개 사업장 중 14개 사업장에 각각 1~2명이 청약해 청약률이 제로에 가까웠다. 이들 중 많은 세대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미분양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미분양이 발생하자 당장 건설사들은 손해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타운하우스는 최고급 원자재를 사용하고 세계적인 건축가를 기용해 설계 등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때문에 원가 자체가 높다. 또 이른바 VVIP들을 상대로 ‘입소문 마케팅’ 을 하기 위해 일반아파트의 배가 넘는 마케팅비를 들여야 한다.
 
여기에다 대부분의 타운하우스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선 준공 후 분양’ 이어서 건설사들은 일반아파트 미분양 이상의 부담을 떠 안는다.
 
타운하우스의 미분양이 단 한 세대라고 하더라도 일반아파트 몇 세대 분에 달하는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를 덜 타는 VIP들을 상대로 분양할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랜드마크로서의 강점 때문에 타운하우스 분양에 나섰다"며 "타운하우스 분양에서 30억원씩 20세대를 분양해도 매출이 겨우 600억원 수준이어서 우리도 사실 타운하우스 분양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안 좋다고 아예 분양을 안 할 수도 없어서  비교적 경기에 덜 민감한 타운하우스 분양에 나섰지만 오히려 타운하우스도 참패하고 있는 꼴이다. 타운하우스는 건설사들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명품은 오히려 불황 때 잘 나간다는 정설이 건설업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아파트 분양이 안 돼 타운하우스를 분양했는데도 이마저도 미분양됐으니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이 틈새전략마저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처분하려 안간힘이다. 지난 달 극동건설은 ‘죽전 스타클래스 1•2차’를 최대 25% 할인해 분양한다고 발표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억4000만원 할인해 주는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타운하우스 미분양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할인 등의 유인책은 타운하우스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데다 타운하우스에 입주할 수 있는 계층이 상류층으로 한정돼 있어 당장의 미분양 해소는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고가 타운하우스의 경우 상위 1~2% 이내에 드는 부유층이 타깃인데 이미 그 시장은 포화상태”라면서도 “그러나 단독주택의 개념을 섞은 아파트인 타운하우스는 분명히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크기를 줄이고 거품을 뺀 실용적인 타운하우스로 상위 5~10%의 소득계층을 공략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유혜진 기자 violetwit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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