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기 사건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를 반려하고 이에 대한 민원 처리도 미룬 경찰들의 손해배상 선고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국가와 경찰관 두 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소액사건이므로 소액사건심판법 3조 각 호의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고할 수 있는데, 상고이유 주장은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4월 B씨로부터 운송료 40만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오산경찰서(당시 화성동부경찰서)에 방문했다. 당시 경찰서 접수 당직이던 경위 C씨는 고소장 내용이 형사사건이 나니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며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했다.
A씨는 형을 통해 오산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해, 고소장 접수 반려가 비위에 해당한다며 C씨를 조사하라고 민원 제기했다. 이후 다시 청문감사실 소속인 경위 D씨에게 전화해 민원 서류 제출을 위해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D씨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어 못 만날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수원지검은 해당 형사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B씨를 사기죄로 벌금 30만원 약식기소했다. 그해 9월 B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A씨는 그해 10월 경기지방경찰청에 C, D씨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 C씨는 '절차위반 등'을 이유로, D씨는 '민원사건 처리지연 및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 등을 이유로 경고처분 받았다.
A씨는 경찰의 위법한 업무처리로 경찰서를 오가는 등 일실 손해와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C씨, D씨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고압적인 태도로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해도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위법한 업무집행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의 일실·정신적 손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C씨와 D씨가 각각 50만원과 30만원을 배상하고, 국가는 두 사람의 배상액 중 각 5만원씩 공동 부담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C씨가 범죄수사규칙에 따라 고소·고발을 수리해야 하고, 반려 사유가 있어도 일단 접수절차를 거쳐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않고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은 경험칙상 인정된다"고 봤다.
D씨에 대해서는 "대직자를 통하거나 우편 또는 전자문서 형태로 원고로부터 민원서류를 충분히 제출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안내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관계 법령에 따라 민원을 접수한 때부터 7일 안에 이를 처리해야 하는데, 무려 6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이를 처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고가 경기지방경찰청에 재차 민원을 제기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는 원고가 경기지방경찰청에 동일 사안에 대해 민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민원 처리를 중단했고, 민원사항 접수 후 30일이 경과하면 처리 진행 상황이나 처리예정일을 알리기 위한 중간 통지라도 했어야 하는데 원고에게 그와 같은 통지도 하지 않았다"며 "통상적으로 이 같은 민원 처리 현황이나 기간 경과 여부는 피고가 이를 비교적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임에도 법령에서 규정한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아 그 책임을 아예 방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피고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해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은 경험칙상 인정된다"고 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