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식 공소장 자체의 유출보다는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 비슷한 형식의 문서로 만들어져 사진 파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맞다.
지난 2019년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란 법무부훈령이 시행되면서 이제는 일정한 시간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피의자 또는 참고인의 출석 등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 공유되는 사례는 많이 제한되고 있지만, 아직도 수사 단계에서 관련 정황 또는 진행 상황 등이 종종 언론에 보도되면서 규정을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례를 보게 된다.
앞선 여러 차례 공개된 공소사실에 이어 이번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피고인의 혐의 외에도 여러 특정 인물의 행위에 대한 내용이 외부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해당 내용은 곧바로 기사화됐다. 더구나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 지검장의 공소사실보다도 더 비중 있게 언론에서 다뤄졌다.
이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이번 의혹이 문제가 없다는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권력기관에 대한 언론의 견제 역할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유출된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전혀 공익적이지도 않다. 만일 공소장 내용을 의도적으로 유출했다면 이 지검장의 혐의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닌, 특정 인물에 대한 '흠집 내기'란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정 인물 중 한 명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기도 하다. 해당 피의자에 대한 수사 내용이 알려졌다면 이는 피의사실공표에 해당할 만한 사안이다. 마침 이 피의자가 곧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기소된 후 공소장에는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소사실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유출된 의혹이 제기된 내용에 대해 언론이 별다른 고민 없이 보도하는 점이다. 기자 역시 문제가 된 사진 파일을 다수의 경로로, 특히 '비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 규정에 따른 절차가 아닌데도 출처를 문제 삼지 않았다. 그 무렵 감찰이란 제동이 없었다면 피고인도 아닌 특정 인물을 앞세워 보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번 의혹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대검찰청의 감찰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감찰의 대상이 되더라도 이에 대해 문제를 느끼지 않은 기자도 공모, 최소한 방조한 책임을 느낀다. 이번 의혹뿐만이 아니라 이전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입증될 만한 책임이다. 그래서 이러한 부당한 행위에 대한 공모자임을 비로소 스스로 고백한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