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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보툴리눔 톡신 개발 업체들이 각각 자체적으로 균주를 획득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균주 출처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열쇠로 염기서열 분석 결과가 지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해 상용화에 성공했거나 생산을 준비 중인 업체는 약 20곳으로 파악된다. 이 중 대다수 업체는 보툴리눔균 염기서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염기서열은 생물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염기의 배열로, 생명체마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혈통을 입중할 수 있는 유전자 배열표다. 인간에게 적용하면 네 종류의 염기 30억개 배열에 따라 피부색과 같은 인종적 특성이 결정된다.
염기서열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변이 바이러스 판별에도 쓰인다. 변이 바이러스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해 변화가 생긴 부분을 확인하고, 영국, 인도 등 변이 바이러스 종류를 판단하는 식이다. 보툴리눔균 염기서열은 기존 균주와의 계통 분류학적 독자성을 입증할 수 있는 단서다.
보툴리눔균은 자연 상태에서 쉽게 발견되지만 독성을 내뿜는 양에 따라 제품화할 수 있는 균이 제한적이다. 주로 쓰이는 균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홀 A 하이퍼(Hall A Hyper)와 미국 균주은행의 ATCC3502다. 두 균주 모두 이반 홀(Ivan C. Hall) 박사가 분리동정했으며 염기서열이 공개됐다.
2016년 11월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기서열이 공개된 균주를 사용하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국내에선 업체마다 자체 발견한 균주를 활용하는 추세다.
국내 주요 업체들이 각자 균주 출처를 밝힌 바에 따르면
메디톡스(086900)는 지난 1978년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가 들여온 홀 A 하이퍼를 사용하고 있다. 염기서열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같은 균주를 보유한 위스콘신대학교가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휴젤(145020)은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음식물류를 수거해 부패를 진행시킨 뒤 썩은 육류에서 혼합, 혐기 배양된 균들에서 균주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069620)은 경기 용인시 포곡읍 토양에서 발견했고,
휴온스글로벌(084110) 자회사 휴온스바이오파마가 판매 중인 제제의 균주는 국내 바이오기업 바이오토피아에서 분양받은 것이다.
제테마(216080)는 영국 균주은행으로부터 상업 목적으로 분양받아 지난 2019년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이 밖의 기업들은 국내 설산, 인공호수, 돼지 사육장 인근 토양 등에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전체 염기서열 자료를 공개한 여부로만 따지면 메디톡스와 제테마를 제외하고는 균주를 발견했다는 주장만 있을 뿐 기존 균주와의 비교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고 업체 간 균주 출처를 둘러싼 공방을 없애려면 업체별로 보유한 균의 염기서열을 공개해 독자성을 입증하는 게 최선이라는 전문가 제안이 나온다.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통해 발견 지역과 독성 발현 정도 등 개별 특성을 입증하고, 기존 균주와 유사한 특성을 보일 경우에는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면 해결된다는 주장이다.
김형문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회장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둘러싼 논쟁은 전체 염기서열만 공개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라며 "기존 균주와 유사한 염기서열이 나왔다면 과학적 설명을 뒷받침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