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한국 산업의 구조변화 속도가 지속적으로 둔화하면서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산업과 기업의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의 정책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23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구조변화지수를 통해 본 한국 산업의 활력, 지속적으로 저하'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의 활력·역동성을 보여주는 구조변화지수는 2010년대에 들어와 1970년대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 1970년대는 평균 0.039였으나, 2010년대는 0.018을 보였다. 이는 G7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한 것이다.
즉, 한국 산업의 구조변화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1970∼2020년 사이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명목 기준)은 1970년 19.0%에서 1988년 30.5%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 후에는 다소 하락한 수준에서 최근까지 횡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에는 일시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30.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으나, 2020년 27.2%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의 비중은 1970년 43.8%에서 2008년 61.9%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2019년과 2020년에는 62.3% 내외로 소폭 상승했다.
산업연구원 측은 "1990년대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이 종료되고 안정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사실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높은 진입장벽 등 시장 규제에 따른 기업 역동성 저하, 한계기업의 퇴출 지연,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 가속화 등으로 생산성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있다. 이들 요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구조변화의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산업연구원이 23일 발표한 '구조변화지수를 통해 본 한국 산업의 활력, 지속적으로 저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산업의 구조변화 속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출처/산업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2000∼2018년의 구조변화지수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 간의 관계를 보면, 구조변화지수와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구조 변화 속도가 빠른 국가일수록 경제성장률도 높은 경향을 보인 것이다.
산업연 측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고 산업과 기업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과 함께 생산성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실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보완해 시장 중심의 상시적·사후적 구조조정 체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부실 이전 단계에 있으면서 과잉공급 해소나 신산업 진출 등을 위해 사업재편을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활력법’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건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인적 자본 확충과 무형자산 투자 확대, 융합 관련 규제의 완화, 진입장벽 철폐, IT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물적 투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등 급속한 경제 환경의 변화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산업 구조변화지수는 2010년대에 들어와 1970년대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한국 산업의 기간별 구조변화지수. 출처/산업연구원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