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 유가족이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에 대한 수사를 집중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26일 오전 A4용지 13페이지 짜리 입장문을 내고 "소중한 정민이를 잘 보내기 위해 진실을 구하고자 한다"며 "A씨 가족과 경찰에게 진실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버지 손씨는 "처음 실종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정민이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 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정민이를 찾을 수 없었고, 기댈 곳은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친구) A밖에 없었다"며 "처음 A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고 오히려 "너도 많이 놀랐겠다" "자책하지 말고 (최면수사에) 편히 임해서 정민이 찾을 수 있게 꼭 도와달라" "오랜 시간 힘들었을 텐데 애써줘서 고맙다" 등 배려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했다.
그러나 "실종 사흘째 되던 날, 우연히 경찰관을 통해 A와 그 가족이 실종 당일 오전 3시37분쯤 부자 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숨긴 것을 알게 됐고, 이 외에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A와 그 가족의 여러 행동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실종 당일 오전 5시쯤 A씨 부자가 한강공원에 도착했을 때의 영상을 언급하며 "전화기를 돌려받기로 약속한 적이 없음에도 A씨의 동선은 정민이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 한정돼 있다"며 "또 오전 5시30분쯤 정민이의 휴대전화를 손에 들거나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가지고 다니면서도 정민이 어머니의 전화를 세 차례나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주변을 찾지 않고 5시16분부터 5시34분쯤까지 같은 자리(아이들이 놀던 잔디밭 부근)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전 2시18분쯤 왜 정민이 위에 올라타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으며, 인사불성이 된 친구 옆에서 집에 연락해 주거나 112 신고 등 구호 조치 없이 본인 휴대전화로 무엇을 하고 있던 거냐"며 반문했다.
손씨는 경찰의 초기 대응 미흡도 지적하며 A씨에 대한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손씨는 "(경찰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관련자인 A와 그 가족보다, 지나가는 증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집중수사를 주장했다.
그는 "2단 울타리를 넘어 현장에 지체 없이 이동하는 점, 비틀거림 없이 토끼굴을 혼자 지나가는 모습 등을 미뤄볼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A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상분석, 거짓말 탐지기, 프로파일러 추가 면담 등 수사를 집중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A씨 측은 지난 17일 첫 입장문을 내고 "A군이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며 "이번 사건에서 불미스러운 사고의 흔적이 없었기에 A군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리라고 믿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여전히 손씨 사망 행적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실종 당일 손씨가 신고 있던 양말에 묻은 흙의 토양 성분 분석 결과를 지난 25일 발표한 바 있다. 분석 결과 육지에서 강으로 약 10m 들어간 지점의 흙과 양말에 있는 흙의 토양 성분과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 손정민군 친구 A씨의 휴대전화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