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시 희망급식 바우처 사업에 발맞춰 편의점 업계가 칼로리와 나트륨을 낮춘 맞춤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정된 사용 품목과 급증한 수요로 실제로 구매가 힘들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바우처 기준에 부합하는 도시락 상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기준을 반영해 칼로리와 나트륨을 갖춘 도시락을 새롭게 출시해 상품 구색을 강화했다.
GS25는 건강 도시락 11종을 포함해 총 370여종의 상품을 희망급식 바우처 구매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CU 역시 열량과 나트륨을 줄인 도시락을 출시하는 한편, 도시락에 포함된 열량 및 나트륨 함량 표기를 10배 이상 확대해 소비자가 쉽게 영양소 함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일 원격수업에 따른 결식 문제 방지를 위해 매일 등교하지 않고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초·중·고교 학생 56만여명 중 희망자에게 1인당 10만원을 제로페이 모바일 포인트로 지급했다. 바우처는 편의점 6곳에서 7월16일까지 사용 가능하며, 기간 이후에는 소멸된다.
그러나 바우처 사용이 본격 시작되면서 한정된 사용 품목에 수요가 급증해 정작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6일 오전 8시30분~9시 사이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 부근에 있는 CU, GS25, 세븐일레븐 점포를 모두 둘러본 결과 희망급식 바우처 도시락은 세븐일레븐 한 곳에 단 한 개만 남아있었으며, 샌드위치는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GS25의 한 점주는 "갑자기 (도시락) 판매량이 늘어 평소보다 발주량을 30%가량 늘렸다"면서 "구매 품목이 제한돼 있다 보니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는 들어오자마자 금방 다 나간다"고 말했다. 성동구 소재 직장에서 근무하는 30대 A씨도 이날 점심으로 도시락을 사러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예전에는 골라 먹었는데, 최근 이틀 사이에는 도시락이 없어서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에서는 희망바우처 사업 뒤 해당 품목군의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 20~25일 GS리테일의 서울 지역 매장의 도시락 김밥, 과일 등의 주요 먹거리 매출은 전주 동기 대비 62.8% 신장했다.도시락 65.9%, 과일 65.3% 김밥 55.9% 순으로 높은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의 서울 점포 도시락 매출도 전주 동기 대비 37.8% 올랐다. 세븐일레븐의 샐러드 매출 역시 184.6% 늘었으며, 도시락(84.2%), 샌드위치(57.8%), 김밥(42.0%)이 뒤를 이었다.
학생 스스로 점심 식사를 챙겨 먹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도입한 지원 정책이지만, 정작 구매를 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히 편의점 발주량을 늘리는 것도 점주 입장에서는 재고 부담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희망급식 바우처 관련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가 상품 구매가 힘들고, 품목이 제한적인 데다가 사용처가 편의점에만 한정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시교육청은 사용처 확대는 어렵지만, 사용 품목 확대는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반 식당으로 사용처를 확대하면 식당별로 음식량과 염도도 제각각이며, 식중독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 소재를 묻는 부분 등이 걱정돼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훈제 계란을 가공란으로 바꾸는 등 사용 품목 확대는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