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온나라를 충격에 빠트린 형사사건 피고인의 첫 재판과 선고가 한주 내내 열린다. 노원 세모녀 살인 혐의를 받는 김태현의 첫 공판기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항소심 선고, 홀로 방치돼 숨진 구미 여아 살인 사건 피고인 김모씨의 1심 선고가 진행된다.
스토킹 살인 김태현 첫 재판 열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오권철)은 1일 오전 11시 김씨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여성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 하다가 지난 3월 23일 집으로 찾아가 A씨 어머니와 여동생,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11월 알게 된 A씨가 올해 1월 연락을 차단하자, 2월까지 공중전화와 타인 명의 전화, 채팅 앱 등으로 연락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도 있다.
이밖에 A씨 살해를 위해 상점과 마트에서 청테이프와 과도를 절취한 혐의(절도), 상품 배달을 가장해 A씨 집에 침입한 혐의(특수주거침입), 범행 후 A씨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대화 내용과 친구 목록을 지운 혐의(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 2월 A씨가 차단하지 않은 채팅 앱에서 욕설과 함께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봐"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구속 이후 언행으로 이목을 끌어왔다. 그는 지난달 9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무릎 꿇고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도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어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속기소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는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 범행 이후 경찰에 발견될 때까지 세 모녀 집에서 음식을 섭취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성문도 꾸준히 쓰고 있다. 김씨가 지난 11일~25일 재판부에 보낸 반성문은 네 통이다. 이 가운데 5월 18일 하루에만 두 차례 보냈다. 27일에는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확인서도 제출했다.
재판을 앞두고 그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와 탄원서도 줄줄이 제출되고 있다.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 송치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주빈 '범죄단체조직'혐의 유죄 여부 관심
같은날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사' 조주빈 씨 등 6명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지난 4일 조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조씨는 원심의 징역 40년 선고가 너무 무겁다며 감형을 요청하고 있다.
쟁점인 범죄단체조직죄 인정 여부에 따라 관련 사건도 영향 받을 전망이다. 1심은 조씨와 공범들이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구성원들이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가담한 조직이 박사방이라고 판단했다.
조씨 선고 이후에도 공범들의 재판이 이어진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이현우)는 피해자를 유인해 성 착취물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남경읍 씨의 1심 선고공판을 연다. 검찰은 남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남씨는 지난해 2월~3월 소셜미디어(SNS)로 피해자 5명을 유인해 조씨에게 넘기고 다른 공범에게 피해자 1명을 강제 추행하게 하면서 이를 촬영한 영상을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다.
같은달 9일에는 박사방 사건의 또다른 피고인 한모씨 공판이 이어진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배형원)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한씨의 범죄집단조직 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조씨 선고를 참고할 계획이다. 1심은 한씨의 법죄집단 활동은 유죄, 범죄집단조직은 일부 무죄 판단하고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활동명 '부따' 강훈씨 재판 역시 박사방이 범죄단체인지 여부가 쟁점 중 하나다. 강씨는 6월 17일 항소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조씨는 자신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강씨가 박사방 활동에 깊이 개입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박사')가 지난해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미 여아 언니 1심 선고
4일에는 구미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이윤호)는 이날 살인·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검찰은 징역 25년에 취업제한 명령 10년,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음식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사망한다는 점을 예견하고도 지난해 8월 아이를 빌라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인정했다. 아이가 숨진 후인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받은 점도 인정했다.
수사기관의 DNA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로 특정된 석모씨는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뒤바꾼 혐의(미성년자 약취유인), 숨진 아이의 사체 은닉을 시도한 혐의(사체은닉 미수) 혐의로 재판 받고 있다. 검찰은 석씨가 지난 2018년 3월 31일~4월 1일쯤 피해 여아와 손녀딸을 바꿔치기한 방법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석씨의 바꿔치기로 사라졌다는 아이의 행방도 밝혀지지 않았다.
구미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언니 김모(22)씨가 7일 오후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