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때려야 뜬다…여 '양강 구도' 형성 전략

최근 여당 주자들, 이재명·윤석열 겨냥 비판 발언 수위 높여
여당 경선 무대 본격 진입 신호…'거물 때려 존재감 키우기'

입력 : 2021-05-28 오후 3:33:26
[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여권 주자들이 여야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사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대세론'이 흔들리고, 윤 전 총장은 오랜 잠행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자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 대권 주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거물급 후보를 비판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양강 구도'로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를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는 주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유명한 이 지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이전과는 달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을 파고들었다. 상대의 장점을 정면으로 치고 들어간 셈이다.
 
박 의원은 이 지사가 지난 18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면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고 국민들의 뜻에 따라서 대통령께서 결정하실 일"이라고 말하자 "내로남불을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제일 실망하는 게 정치인들이 야당 때 주장하던 걸 여당 되니까 입장 바꾸고, 후보일 때 말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되고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박 의원은 "박스권에 갇힌 이 지사의 지지율이 과연 대세론이기는 한가"라며 "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을 세게 치러보자는 제안을 다시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 중심의 판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밑바닥 민심 다지기에 들어갔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최근 들어 이 지사를 향한 각 세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의 비현실성을 부각하며 자신의 '신복지'를 내세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5일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제에 대해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노동을 하거나 안 하거나 현금을 똑같이 나눠주는 게 돈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이 아니다"라며 자산의 '신복지'는 "삶의 여러 영역을 소득 3만불 시대에 맞게 채워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서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도입 주장은 검증 여지가 많다"라며 "불평등을 오히려 완화하지 못하고 심화할 수 있다"라며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최근 여권 대선 주자들이 여야 지지율 1위 '이재명·윤석열' 두 사람을 향한 비판 발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 전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이른바 민주당 '빅3'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에 머무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비해 '급'이 다르다고 주장하며 전선을 넓혔다.
 
정 전 총리는 MBN 인터뷰에서 이 지사에 대해 "제가 당 대표로 (있을 때 성남시장에) 공천을 했다"라며 "미래를 보고 꿈나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꿈나무'라는 표현을 통해 이 지사가 자신과 같은 '급'이 아니라고 강조한 것이다.
 
또 이 전 대표에 대해선 "대변인 전문"이라며 "저는 정책위의장을 여러 번 했다. 같은 듯하지만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전 총리는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자신의 '마이마이 복지'와 비교하며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복지, 이제 국민께 선택권을 돌려드려야 한다"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한 비판 발언은 대부분 '검찰개혁'이라는 키워드를 동반한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전후로 나온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검찰 책임이 있다는 발언들은 대부분 윤 전 총장을 비판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정 전 총리는 22일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총장이 아니라 검찰조직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검찰 총장이었다"라며 "검찰개혁의 몸통은 윤 전 총장"이라고 윤 전 총장을 처음 저격했다. 또 다음 날에는 "정치검찰의 검찰 정치, 대한민국의 검찰공화국 전락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라고 했다.
 
대선 출마를 검토 중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윤 전 총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장관 재임 시절 대립 구도를 다시 형성하고 있다.
 
추 장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 추모식 이후 "모든 권한을 가진 검찰이 직접 정치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역사가 증명했다"라며 "정치검찰, 검찰 정치는 민주주의의 독초"라고 윤 전 총장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추 전 장관은 "모든 개혁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검찰"이라며 "검찰 권력이 바로 서면 나머지 개혁도 물 흐르듯 될 수 있다는 것은 시민들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낙연 전 대표는 윤 전 총장을 향해 "뭔가 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당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박용진 의원은 "대선 준비를 위해 분야별로 교수님들, 전문가들 한 분씩 모셔서 한 4시간 정도 공부하고 뭔가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말씀하신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비판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윤 전 총장 관련 서적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비판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 윤 전 총장 관련 서적이 진열된 모습. 사진/뉴시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당 대선 주자들의 발언이 세진 것은 서로가 경쟁 상대 범위에 들어오고, 여권 대선 경선 무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거물을 때려야 자신이 뜬다는 정치판 기본 전략이 깔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여권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으로 이재명과 윤석열 때리기는 기본"이라며 "각을 세우고 사이다 발언을 한 주자가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의 지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라고 말했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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