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나이 '만 20세 이상'은 합헌

이해·판단능력과 직간접 경험에 필요한 시간 등 고려
선거권 가진 만 18세 평등원칙 반한다는 반대의견도

입력 : 2021-06-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나이를 만 20세 이상으로 규정한 현행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자격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16조는 위헌이 아니라고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다른 법률들이 그 입법취지에 따라 만 20세 미만인 사람에게도 해당 법률이 정하고 있는 능력 등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여 배심원 연령을 만 20세 이상으로 정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만 20세는 배심원 권한과 책임 연령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죄로 재판에 넘겨진 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해당 사건 재판부는 배심원 자격을 만 20세 이상으로 제한한 법 조항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18세~19세 국민은 선거권을 가지고 병역·근로 의무도 지는데, 배심원 선정 자격도 이에 상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배심원의 역할과 책임을 볼 때, 만 20세 이상 연령 규정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배심원은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거나 합의부가 결정한 사건 등에 참여하고, 사실 인정과 법령 적용, 양형에 대해 판사와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
 
대신 법원 출석 통지를 받은 배심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6개월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기도 한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의 역할은 형사재판에서 직접 공무를 담당하는 직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심원 자격을 갖추는 데 요구되는 최저한의 연령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법적 행위능력을 갖추고 중등교육을 마칠 정도의 최소한의 지적 이해능력과 판단능력을 갖춘 연령을 기초로 하되, 중죄를 다루는 형사재판에서 평결 및 양형의견 개진 등의 책임과 의무를 이해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경험을 쌓는 데 소요되는 최소한의 기간 등도 충분히 요청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 18세에 선거권을 얻고 만 19세에 성년이 되는 점에 대해서는 "배심원으로서의 권한을 수행하고 의무를 부담할 능력과 선거권 행사능력, 군 복무능력, 연소자 보호와 연계된 취업능력 등이 동일한 연령 기준에 따라 판단될 수 없다"며 "각 법률들의 입법취지와 해당 영역에서 고려해야 할 제반 사정, 대립되는 관련 이익들을 교량해 입법자가 각 영역마다 그에 상응하는 연령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는 선거인 명부에서 배심원 선정
 
반면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배심원 제도 취지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있으므로, 다양한 연령대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재판관은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사실의 인정, 법령의 적용 및 형의 양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이는 국민의 상식과 경험을 재판 절차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별한 법적 전문성이나 고도의 판단능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현행 배심원 연령은 지난 2007년 국민참여재판법 제정 당시 민법상 성년 연령에 맞췄고, 2011년 성년이 만 19세 이상으로 변경됐으므로 배심원 연령만 유지시킬 이유도 없다고 봤다.
 
이들은 지원에 의한 군 복무, 8급 이하 일반직이나 기능직 공무원 등 응시 연령, 선거권을 갖는 연령이 만 18세 이상인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두 재판관은 "입법목적이나 보호법익이 다르지만, 적어도 만 18세 이상의 국민은 국가와 사회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배심원의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선거인 명부에서 배심원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미국·영국·일본 등의 사례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 20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배심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국민, 특히 만 19세 및 만 18세의 국민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취급 하는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결론 냈다.
 
다만 해당 조항을 단순 위헌 결정할 경우 배심원 연령에 대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어,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국회가 배심원의 역할과 권리, 형사사법제도 등을 종합해 법을 개정케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헌재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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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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