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내 정유업체들이 친환경 수소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탈석유'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한 수소를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것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주력 사업 비중을 줄이는 체질 전환 작업을 통해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GS칼텍스)는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 벨류체인(가치사슬)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플러그파워사의 수소 액화 탱크. 사진/SK
정유업계의 수소 사업 진출은 화석연료 중심의 주력 사업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다.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업은 철강업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으로 꼽힌다. 정유업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정유4사 합산 누적 적자가 5조원을 넘어서는 등 글로벌 경기와 국제 유가 등 외부변수에 민감해 위기시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각국의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만큼 지는 사업보다 뜨는 사업에 투자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096770)은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수소 사업에 진력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수소사업 추진단을 신설, 오는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생태계 구축 작업에 18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투자형 지주사
SK(034730)는 자회사 SK E&S와 미국 플러그파워에 총 1조8500억원(16억달러)을 투입해 지분 약 10%를 확보했다. 부생수소를 활용한 액화수소를 국내에서 2023년 3만톤(t)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 총 28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는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의 석유화학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SK E&S에 공급하기로 했다.
원유 정제 사업이 주력인 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수소기업 에어프로덕츠와 손 잡고 원유 정제 부산물과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연간 10만t의 블루수소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블루수소는 화석연료를 수소로 변환시 발생하는 탄소를 제거한 친환경 에너지다. 양사는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사업도 검토중이다. 오는 2023년부터 20메가와트(MW0 이상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정유 사업 매출 비중은 현재 85%에서 오는 2030년까지 45%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블루수소,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등 3대 미래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도 70%로 높인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S-OIL)은 차세대 연료전지 기업 에프씨아이(FCI)와 82억원 규모 지분투자를 통해 수소 사업에 진출했다. 연료전지는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화학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수소경제에 핵심적인 장치다.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력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과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도 액화수소 생산·공급 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내 유휴용지에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1만t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를 짓는다. 이는 액화수소 1만t은 연간 수소 승용차 약 8만대가 사용 가능한 양이다. 생산된 수소는 수도권과 중부권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외에 양사는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 추출설비 구축 △탄소 포집·활용(CCU) 기술 실증·상용화 등 액화수소사업 밸류체인 전반을 협업하기로 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오는 2050년 12조달러(약 1경3267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수소기업 109개사가 참여한 '수소위원회'는 2050년 글로벌 수소 소비량이 약 5억46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32억6000만배럴의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20%에 달한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