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돌입한 가운데 고용안정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전환 가속과 온라인 판매 확대 등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일자리 지키는 게 더욱 중요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26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1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노조는 사측과 각각 미국 투자 결정에 대한 철회, 영업점 축소 반대, 구조조정 없는 인수합병(M&A) 등 '일자리 보장'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로 접어듦과 동시에 공장 자동화, 온라인 판매 전환 등 줄어드는 인력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먼저 현대차는 지난 26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하언태 대표이사와 이상수 노조 지부장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들어 첫 만남을 가졌다. 노조는 현대차의 미국 투자 방침을 비판하며 국내 고용 안정과 국내공장 투자를 기반으로 한 미래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일방적인 8조4000억원 해외투자 발표는 단협을 위반한 행위로 조합원에게 불신을 줬다"며 "무분별한 해외 투자는 국내 제조산업 붕괴와 울산시 공동화, 조합원과 부품 협력사 노동자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2일)부터 이에 대해 논의하는 사측과의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 노조 역시 사측의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기아 노조 측은 “해외공장이 우선이 아니라 3만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국내공장에서 전기차를 비롯한 신차종 투입 계획과 인원 충원 등에 대한 구체적 방안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대차는 기아와 비교해 노사간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이날 양산공장에서 아이오닉6의 생산 계획을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아이오닉6는 아이오닉5에 이어 출시될 차세대 전기차 세단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40일 만에 도출하고 무분규로 최종 타결한 바 있다.
한국지엠은 노사도 지난 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인천 부평 1·2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걱정하고 있는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노조는 생산 일정이 2022년 7월까지로 한정된 부평2공장에 대해 2022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 투입을 약속해달라는 내용을 요구안에 담았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완전고용 요구와 고정비용을 줄여야한다는 각각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다.
쌍용차 노조는 고용유지와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며 최근 평택공장에서 국회까지 3박4일 도보행진을 벌였다. 전날에도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국회 만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9개월째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부터는 XM3(아르카나)의 유럽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 폐쇄를 철회했으나 대표노조는 연차를 소진하며 파업에 임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갈등까지 불거진 상태다. 150명 규모의 르노삼성 새미래노조는 전날 사측에 재교섭을 요구했다. 기업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생산 차질이 계속되는 데다 임단협 타결 가능성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르노삼성은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500여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순환휴직, 영업소 폐쇄 등을 진행한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