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방탄소년단 '버터(Butter)'가 빌보드 차트를 녹이고 있다."(미국 일간 USA 투데이)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핫100(싱글차트)' 4번째 1위에 오르며 한국 대중 음악계에 또 새로운 기록을 썼다. 네 번째 이 차트 정상에 오른 기간으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약 7개월(2006년~2007년) 이후 가장 짧으며, 그룹 가운데에서는 1970년 잭슨파이브(8개월 2주) 이후 최단기간 기록이다.
빌보드는 매주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횟수, 싱글 음반 및 음원 판매량과 스트리밍 횟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집계한다. 핫100은 그 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을 보여주는 지표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과 함께 빌보드의 양대 메인 차트로 꼽히지만 현지 라디오 재생 횟수 등 대중성을 요하기 때문에 진입에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선풍적 인기에도 이 차트 2위에 머물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첫 영어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대중음악 최초로 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다이너마이트'는 이 차트에서 통산 3차례 1위를 기록했다. 같은해 그룹은 피처링에 참여한 제이슨 데룰로의 'Savage Love' 리믹스 버전과 한국어 곡 '라이프 고스 온'을 재차 이 차트 정상에 올렸다. 곡 수로 따지면 이번 '버터'는 통산 4번째다.
유튜브 화력이 '버터' 싱글차트 1위에 주효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21시간 만에 1억뷰를 넘었다. 전 세계 대중음악계 통틀어 최단 기록이다. 빌보드는 2013년부터 유튜브 조회수를 차트에 반영시키고 있다. 소셜 팬덤이 강한 K팝을 고려하면서부터다.
라디오에서도 '버터'는 이전 성적을 뛰어넘었다. 라디오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한국 가수 최고인 26위를 기록했다. 30위였던 '다이너마이트'를 상회한 것이다.
K팝 특유의 종교적인 팬덤 문화는 이제 해외 아미들에게도 이식됐다. 다계정, 다플랫폼을 활용한 아미들의 파상공세는 유튜브를 움직이고 차트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이다.
'다이너마이트'에 이은 현지화 전략은 이제 공식이 되고 있다. 일단 곡 전체 가사가 영어다. 작사·작곡가도 캐나다, 미국 등 서구권 팝 프로듀서를 기용했다. 음원 발표 시점도 '다이너마이트' 때와 같이 미국 시간에 맞췄다.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오후 1시, 미국 동부 시간으로 금요일 0시다. 2015년부터 ‘뉴 뮤직 프라이데이’ 캠페인을 시행하는 미국과 유럽에선 대부분의 팝 가수들의 신곡이 금요일에 쏟아진다.
미국 TV와 시상식을 무대로 활용하고 글로벌 업체와 협업한 것도 현지 저변을 넓힌 배경이다. 이번 '버터' 발표 이후 BTS는 빌보드뮤직어워드와 시트콤 프렌즈 출연, 맥도날드 협업을 이어왔다.
음악적으로도 '버터'는 미국 주류 팝 시장을 겨냥한 노래다. 복고풍의 댄스 팝 장르로 분당 박자수(BPM)가 110 정도에 맞춰져 춤추기 좋다. 두드러지는 도입부 펑키한 베이스 라인은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 리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귀에 확확 꽂힌다. 초중반 겹쳐지는 청량한 신스 사운드는 트로이 시반, 라우브 같은 팝스타들이 떠오를 정도로 세련되다.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 어셔의 'U Remind Me'를 연상시키는 가사와 퍼포먼스도 세계 팝 시장을 겨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아티스트적 정체성으로 강력하고 광대한 팬덤을 구축한 후 '핫100 1위 공략'이라는 공식을 확립하고 있다. 영어가사와 외국 작곡가의 트렌디한 노래, 현지 라디오 등 복합적 요소가 이번 결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