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문 대통령, 기업 역할 인정·적극 소통 환영"

'이재용 사면'에 모호했던 신호, 긍정적으로 변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친환경차 세제혜택 이뤄져야"

입력 : 2021-06-02 오후 5:24:06
[뉴스토마토 김광연·김재홍·백주아 기자]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기업의 역할이 컸던 것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일 문재인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의 간담회에 대한 재계의 총평이다. 그동안 기업과 대척점에 있던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재계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에 건의했던 규제완화와 세제 혜택 확대 등이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은 이날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자리는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미 44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4대 그룹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며 그간 노고를 치하했고 기업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화답했다.
 
서로 덕담이 오가는 분위기 속에 재계는 정부가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4대 그룹 총수들이 건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놓고 봐도 기업을 향한 정부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읽힌다. 이날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는데 기존에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사면에 부정적이었던 분위기와 다르게 뉘앙스가 많이 바뀌었다"며 "다만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정의선(오른쪽에서 두 번째)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재계는 국회를 통과한 공정경제 3법(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복합기업집단법 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과 같은 기업 경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는 입법 규제 완화와 현재 반도체에 치우친 세제 혜택을 더 많은 산업군으로 확대하길 바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K-반도체 전략 의지를 밝히고 최대 40~50%에 이르는 반도체 연구개발(R&D)·시설투자 세액공제 지원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재계가 한미정상회담에서 44조원대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대통령께서 격려하고 기업과 적극 소통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며 "재계에서 각종 투자를 발표했으니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 정부의 빠른 지원을 원한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반도체 업계에 집중한 세제 혜택을 산업 전역으로 확대하고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친환경차가 대세로 떠오른 자동차 업계는 관련 세제 혜택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혜택 연장이 필요하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취득세 감면 혜택이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며 "전기차, 수소전기차로 변화하기 전 하이브리드차가 과도기적으로 거쳐가야 하는 단계다.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부품업계도 하이브리드를 통해 미래차 전환을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이차전지 관련 세제 혜택에 관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세특례법상 이차전지는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대기업은 R&D는 최대 30%까지 받고 설비투자는 3%까지 받을 수 있다"며 "향후 국내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차세대 전지 시장을 선점하는데 가속이 붙을 수 있도록 이차전지 R&D·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화학 업계는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을 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내 모호한 규정으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등과의 충돌로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돼 이를 완화해야 한다"면서 "탄소배출이 많은 정유화학업계 특성상 자발적인 탄소감축 노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 외 정부의 탄소 배출 저감 인프라 구축,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기술 개발을 위한 세제·금융 지원이 뒷받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연·김재홍·백주아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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