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의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무기 연기되면서 실수요자들과 건설사들이 "정부가 빨리 대책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정작 대책을 내놔야 할 국토해양부는 한산하다.
특히 2개월 가까이 과천 관가의 주요 이슈였던 개각이 `7·28` 재보선 이후에는 단행될 것이란 확신을 얻은 듯 주요 실국장들은 이 기회를 놓칠새라 휴가를 떠나 시급한 현안들은 개각 이후로 밀리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실수요자들은 부동산 거래 침체로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지면서 새 아파트로 이사를 못하고, 이 때문에 중도금과 잔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올 하반기에는 지난 2007년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둔 건설사들이 앞다퉈 지은 아파트들의 입주시기가 한꺼번에 몰려 있어 시간이 지체될수록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 한산한 국토부.."부동산 주무부처 맞아?"
그러나 이날 시급히 대책을 내놔야 할 과천정부청사 5동 국토해양부 1층 로비와 각 층 복도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민원인들로 북적거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논의한 지난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 국토부 대표자로 참석했던 최장현 2차관과 이번 대책의 실무자인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26일부터 이날까지 휴가고, 곽인섭 물류항만실장도 26일부터 30일까지 휴가를 떠났다.
정종환 장관은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휴가가 예정돼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박상우 국토정책국장(8.2~6), 박종록 해양정책국장(7.30~8.4) 등의 휴가 일정이 잡혀 있다.
공직자들도 쉬어야 하지만 휴가를 즐기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 일부 공직자들의 지적이다.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의 발표시기가 빠르고 늦음에 따라 집을 팔지 못하는 실수요자와 쓰러지는 중소 건설사들의 숫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휴가를 안가기도, 가기도 애매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대책발표, 4대강사업, 리비아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아예 휴가를 포기하는 실국장도 적지 않다.
정창수 기획조정실장은 정 장관과 함께 휴가일정을 잡았으나 가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했고, 홍순만 교통정책실장은 아예 휴가를 포기했다.
장만석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지난주 하루 휴가를 다녀오고 추가로 휴가일정을 잡지는 않았고, 이재붕 대변인도 다음달 2일부터 6일까지 휴가기간은 잡아놨지만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을 언제 발표할 지, 발표할 지 안할 지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은 8월말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2010년 세제개편안`에 묻혀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제개편안에 부동산 세제를 포함시켜 발표하고 넘어갈 공산이 큰 것이다.
이와 관련 이원재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언제 발표하겠다고 시기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으며 발표시점에 대해서는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자체적으로 관련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 장관 바뀌면 소용 없다.."휴가 먼저"
이 같은 분위기는 개각이 늦어지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종환 장관의 교체설이 나오면서 국토부 내부에서는 "지금 일 만들어봐야 소용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장관 바뀌기 전에 휴가나 먼저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주요 부서의 과장급 인사도 문제다. 현재 김영태 해외건설과장(주미 한국대사관), 이윤상 항공산업과장(주 사우디아라비아 한국대사관), 정채교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사업지원3팀장(주 나이지리아 한국대사관)이 주요국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다.
김 과장은 8월10일, 나머지 두 과장은 8월 중순까지 현지로 부임해야 한다.
그러나 과장급 인사는 1차관이 결재하기 때문에 이달말 개각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후속 차관인사가 이어지기까지는 기간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현지 부임을 위한 이사준비 등 기간을 감안하면 두달 이상 과장자리는 업무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4대강사업에서도 국토부는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상황이다. 4대강사업의 공정률이 계획대비 111%를 달성하며 잘 나가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여론은 도무지 긍정적이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4대강사업 추진에 대한 제동을 걸고 있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시위는 점점 과격해지는 양상인데, 언론은 연일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토부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국토부는 이래저래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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