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정책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재개발이 아닌 소규모 단위의 재건축이다. 최근 오 시장이 재개발 구역 지정의 걸림돌이었던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면서 뉴타운이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취임 당시 신속한 주택 공급을 약속했던 오 시장이 1년간의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재건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주택 공급과 관련해 시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반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조직개편안에는 시가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아파트 지구단위계획 업무를 종전 도시계획국에서 주택정책실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정책실이 재건축과 관련된 주요 업무를 총괄하도록 개편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의회가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오 시장은 시장 권한이 큰 소규모 재건축 규제 완화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도로나 교통 등 기반 시설이 비교적 양호해 큰 수선이 필요 없는 재개발 지역에서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할 경우 7층 건축이 한계였던 2종 주거지역의 높이 제한을 없앤 것이 그 맥락이다. 여기에 늘어난 가구 수를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시설로 기부채납 하는 공공기여의무도 폐지했다. 기부채납이 사업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그동안 소규모 재건축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옛 뉴타운 지역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며 대규모 재개발을 막았던 정부 입장에서는 시의 행보가 본격적인 '도시재생 지우기'로 보일 수 있다. 도시재생 지역은 소규모 건축 허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진행할 경우에는 정부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동안은 낙후된 기반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도시재생이 진행된(뉴타운 출구전략) 지역에는 예산 중복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재개발이 어려웠다.
도시재생과 재개발 부서가 따로 있던 시도 부서 통폐합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도시재생의 기능은 그대로 두되 오 시장이 공약했던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업무 분산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사업 속도가 빨라지려면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돼야 하는데 이와 관련된 방안이 마련돼도 시의회의 문턱을 먼저 넘어야 한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도시재생실은 폐지되지만 그 기능들은 재개발과 재건축에 유리하도록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오 시장 임기가 1년 밖에 안 남았고 정부가 재건축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오 시장이 주택 공급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소규모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빠르고 밀도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시장이 취임 당시 시장의 권한을 살려 재건축·재개발을 하겠다고 한 이후로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며 불안정하게 흘렀다"면서 "서울시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노려 빠른 공급을 진행하고, 시의회는 난개발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규모 재개발을 합리적으로 추진하는 등 서로 개발 방식을 놓고 충돌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기가 약 1년 남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발 규모를 떠나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정책에 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4일 재개발 예정지와 신축 아파트가 공존한 영등포 옛 뉴타운 일대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