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기로 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라임 펀드 사태’ 중징계 관련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손 회장과 우리은행은 조만간 금융당국의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소송절차를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1조70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 최대 판매사는 우리은행입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고객들에게 라임 펀드를 부당 권유하는 등 불완전 판매한 책임을 물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우리은행 법인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도록 의결했습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지만 공교롭게도 손 회장의 임기는 3월 말 만료됩니다. 연임도 포기한 상태입니다.
법조계와 금융권 등은 손 회장과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이어 이번 ‘라임 사태’ 중징계 취소 청구 건 변호사비를 누가 부담하느냐에 주목합니다.
손태승, 퇴직 후에도 ‘라임 징계’ 소송 대응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앞서 손 회장은 ‘DLF 사태’ 중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무법인 화우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해 대응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법무법인 충정을 선임했는데 이 소송전에 수천만원 상당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우와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한 손 회장은 이보다 더 많은 수임료를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손 회장 ‘DLF 사태’ 변호인단 수임료가 최대 수백억원이라는 추측이 나오며 ‘변호사비 대납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8월 한 시민단체는 손 회장을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은행 측은 고발 내용을 정면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손 회장 개인이 직접 법무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개인비용으로 소송을 진행했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라임 사태’ 중징계 건에서도 손 회장 개인이 소송을 진행하며, 변호사비를 감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라임 사태’ 중징계 건이) 업무상 관련된 것이라서 회사 차원의 (변호사비) 부담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손 회장이 물러나는 대신 행정소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면서도 “기관으로서의 소송 주체는 결국 우리은행이 될 텐데 우리은행이 소송을 할지 말지 등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선 손 회장이 결정할 문제라기보다 이사회 및 우리은행 측에서 정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당국 제재에 대한 소송은 이해관계 문제가 있는 만큼 손 회장 보다는 차기 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법조계 “개인 횡령·배임 등 아닌 업무수행으로 인한 건은 법인 납부 가능”
손 회장이 2020년 윤석헌 당시 금감원장을 상대로 낸 ‘DLF 징계’ 취소소송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기까지 3년여가 걸렸습니다.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손 회장이 퇴임 전후 ‘라임 징계’ 취소소송에 나선다면 행정법원에서 대법원 상고까지 족히 수년은 걸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처럼 ‘라임 징계’ 관련 당국과의 재판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송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법조계는 우리은행에서 ‘라임 펀드’를 판매할 당시 손 회장이 행장으로 재직하던 때 업무 수행 연관성과 관리자 책임 인정 범위에 따라 변호사비 납부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행정법원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원래 개인이 (변호사비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업무 수행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건이므로 회사 차원의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손 회장이) 업무를 빙자해 (라임 펀드 판매로 이익을 챙기는 등) 징계를 받게 된 것인지, 또는 순전히 업무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인지 등 업무 관련성 및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소송 전문인 노희범 변호사(HB법률사무소)는 “회삿돈을 유용하는 등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당연히 그 당사자인 개인이 변호사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법인 대표에 대한 민사소송은 통상 해당 법인이 (변호사)비용을 지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변호사는 “금융당국이 (손 회장) 개인에 징계를 내린 것이라 해도 이런 사안은 통상 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것이므로 법인이 비용을 부담할 수는 있다”면서 “법인의 업무에 위배해서 이뤄진 일이 아닌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면 변호사비용을 개인에게 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당국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점이 소명되면 손 회장이 추후 우리은행 측에 변호사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징계 당사자인 (손 회장) 개인이 비용을 내서 방어해서 추후 (우리은행의 라임 불완전판매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것을 밝혀낸다면 회사를 상대로 변호사비용에 대한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