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2021년은 우리 헌정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것이 분명해졌다. 1969년 처음 던져진 '40대 기수론'이 50년이 지나 40대보다 10년을 앞당겨 이른바 '30대 당 대표론'이라는 외피로 부활했고, 마침내 이준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완성됐다.
11일 국민의힘은 36세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의 당권 도전은 당시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풍' 혹은 '신선한 바람'에 그칠 것으로 보였지만, 미풍은 돌풍이 됐고 이제는 태풍으로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1969년 등장한 '40대 기수론'
정치권의 '젊은 피' 열풍은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9년 당시 42세의 4선 김영삼 신민당 원내총무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제7대 대통령 선거의 신민당 후보 지명전 출마를 선언했다.
김영삼에 이어 김대중과 이철승이 신민당 대선 후보 지명전에 나서며 이들의 도전은 정권교체와 함께 민주화의 열망이 이뤄질 것 같은 희망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대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승리하며 40대의 젊은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다.
40대 기수론은 꺾이지 않았다. 1974년 유진산 전 신민당 총재의 사망으로 치러진 임시 전당대회에서 김영삼은 나이 45세에 총재가 됐다. 김영삼 총재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2년간 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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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 그리고 '새 바람'…386의 등장
신진 정치인의 바람은 새 천년이 들어서면서 다시 불기 시작했다. 진보와 보수로 나눠서 보면 새 바람은 진보에서 먼저 불었다. 1980년대 반독재와 민주화 투쟁의 주역인 이른바 '386세대' 정치인들이 16~17대 국회에 대거 여의도에 입성했다.
시작은 2006년 2월 열린우리당 당 의장 경선이었다. 정동영·김근태 거물급 선배들에 맞서 386세대가 또다시 '신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출마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이 당 의장에 선출됐지만, 김부겸과 김영춘, 임종석 의원 등은 유의미한 평가를 받으며 정치권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해양수산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에 오른다.
진보의 새바람은 보수에도 옮겨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40대 신진 정치 세력이 전면 등장했다. 한나라당은 20~40대 젊은 층의 외면을 선거 패배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치러진 2011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는 남경필, 홍준표, 권영세, 박진, 원희룡, 나경원 유승민 등이 당권 도전에 나섰다. 이 가운데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등이 40대로 이들 역시 '40대 기수론'과 '젊은 대표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홍준표 당 대표 체제로 귀결되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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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인정해야"
이번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를 지난 2011년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배경은 정반대이면서도 명분은 같았다. 2011년에는 선거 패배로 당 쇄신 바람이 강하게 불며 '40대 기수론'의 기치가 다시 올랐지만, 홍준표 당 대표 체제로 무산됐다. 반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4·7 재보궐선거의 승리 이후에도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명분이 힘을 얻었다. 그 결과가 '36세 당 대표'인 셈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변화'를 강조하는 데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이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달라"며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토론배틀을 통한 대변인단 공개 선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 도입 등으로 변화의 첫 신호탄을 쏘았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5급 공개채용을 통해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연줄을 쌓으려고 하고 줄을 서는 사람은 없다"라며 "우리 당은 정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당 대표가 11일 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 여성도 많고 젊어졌기 때문에 당내 세대교체는 급속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쌓였던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이 변화의 바람으로 불어닥친 것을 인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박 교수는 "대선 국면에서 야권 전체의 통합과 경선룰 정리는 만만치 않은 과제"라며 "이번 변화가 천착이 될 것인지는 이 대표 하기 나름이다.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금방 사그라질 수 있다"라고 했다.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