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57조 5항을 보면 "소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소위원회의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참 애매한 문구다. 공개하는 게 원칙이지만, 소위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생각할 때 내용이 껄끄러운 경우에는 그냥 '비공개'로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소위 방청을 신청하면 민감한 안건이라는 등의 이유로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국회 소위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법안이나 예산의 경우에 사실상 소위에서 합의가 되면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는 형식적으로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법안이 어떻게 논의됐는지를 알려면 소위의 회의록을 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나마 공개되는 소위의 회의록을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투기 의혹 사태를 계기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16건의 농지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LH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자 여러 국회의원들이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5월20일 열린,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수석전문위원이 어떤 자료를 보면서 농지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가령 "자료 11페이지 있습니다. 상속·이농으로 인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규모 및 임대차를 제한하는 내용입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토론할 때에도 자료의 페이지가 언급된다. 그날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이번 개정에서는 11쪽 라번과 관련된 부분은 추가검토를 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히는 식이다. 이렇게 수석전문위원과 국회의원, 차관이 어떤 자료를 보면서 회의를 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작 회의록을 보는 사람은 그 자료가 없으니 회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다음 회의는 5월26일 열린 것으로 되어 있다. 그날 회의록을 보면 앞부분에서 수석전문위원이 "위원님들 자리에 배부해드린 두 장짜리 표를 가지고 설명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두 장의 자료가 공개되지 않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소위 회의록이 공개되어도 회의 당시 별도로 배포한 자료를 보지 않으면 회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의 심사과정을 알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5월26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의 내용은 어땠을까. LH사태가 터졌을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내용 중 핵심적 부분들은 많이 빠졌다.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농지관리에 초점이 있는 정부안을 골자로 의결함으로써 경자유전 실현과 농지투기 방지를 위한 본질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이런 사실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해수위 위원 소속 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회의에서 "여기 보면 다 개정반대, 개정반대, 정부안들이 이렇게 돼 있어요. 그래서 혹시 중요한 것들은 다 빠지고, 농지법 개정이 '앙꼬 없는 찐빵'이라 할까 이런 껍데기 개정은 아닌지"라고 발언했다. 어 의원의 발언을 보면, 정부 측의 반대의견이 농지법 개정안이 쪼그라든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마도 회의 때 의원들이 별도로 배포 받은 자료엔 정부 측의 반대의견이 나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필자가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배포된 자료에 대해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소위 회의록만 봐서는 회의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니, 회의 때 배포된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는 6월11일 '비공개' 통보를 했다. 소위 회의자료 등을 공개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미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농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상황이다. 그러니 의사결정 중에 있는 자료도 아니고, 회의자료 공개가 의정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도 없다. 그런데도 회의자료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에 비춰보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2021년에도 여전히 '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