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산업의 '맹아' 노스볼트의 저력은

유럽연합 전폭 지원 바탕 완성차 업체와 공급 계약 확대
2030년 유럽 시장 점유율 25% 확보 목표 공격 투자·증설
"배터리 생산·제조 지향 기업으로 성장성 높아"

입력 : 2021-06-18 오전 5:56:21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낙점한 전지 제조사답게 유럽연합(EU)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공격적인 투자와 증설을 이어나가고 있어서다. 후발주자지만 배터리 제조·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중·일 삼파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웨덴 스켈레프테아에 위치한 노스볼트 배터리셀 공장. 사진/노스볼트 홈페이지
 
17일 업계에 따르면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골드만삭스, 캐나다 연금펀드(OMERS) 등이 공동 출자한 펀드로 27억5000만달러(한화 약 3조1075억원)를 투자받았다. 이는 지난 2016년 노스볼트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다. 
 
노스볼트는 이번 투자를 포함 총 65억달러(7조3502억원) 이상의 자본을 조달했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폭스바겐의 첫 번째 기가팩토리로 현재 스웨덴 스켈레프테아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설비 확장과 배터리 셀 연구개발에 사용된다. 해당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40GWh(기가와트시)에서 60GWh로 늘어날 전망으로, 올해 말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해 2023년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스볼트는 테슬라 임원 출신 피터 칼슨이 설립했고 사실상 유럽 내 유일한 배터리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EU는 배터리 산업의 한·중·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017년 EU배터리 연합(EBA)을 출범하고 노스볼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이후 노스볼트는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2019년 9억 유로(약 1조2195억원)을 투자해 회사 지분 20%을 인수하면서 유럽 배터리 산업의 '맹아'로 떠올랐다. 
 
노스볼트는 차세대 배터리보다는 기존 배터리 제조 및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주력으로 삼는 배터리 표준은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즉 캔케이스형 리튬이온 이차전지다. 회사는 2030년까지 연간 150기가와트시(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유럽 배터리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유수의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BMW와 140억달러(한화 약 15조원82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주요 완성차 업체로부터 확보한 수주 잔고는 270억 달러(약 30조5100억억원)를 넘어선다.  
 
노스볼트는 향후 10년간 유럽에 최소 2개 이상의 배터리셀 공장을 더 지을 예정이다. 현재는 폭스바겐과 합작사 '노스볼트 즈웨이'를 통해 오는 2025년 말 양산을 목표로 독일 잘츠기터에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 CATL 등과 비교해 열악하지만 제조 중심 전략이 탁월한 회사인만큼 스타트업 단계를 벗어나 제품화와 생산성·품질에 집중해 폭스바겐이 파워데이 당시 발표한 전략의 첨병 역할을 할 배터리 제조사 성장 중이다"면서 "향후 차세대 신기술의 경우 아웃소싱이나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를 통해 획득하는 등 국내 K-배터리 3사와 가장 근접한 성장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스볼트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확보 노력도 병행 중이다. 노스볼트는 지난 3월 미국 차세대 배터리 기술 스타트업 큐버그를 인수했다. 지난 2015년 스탠포드대에서 출범한 큐버그는 에너지 밀도를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70% 이상 높인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배터리의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금속을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K-배터리 3사도 노스볼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유럽의 유일한 업체로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생산에 돌입하지 않은 만큼 기술력이나 성장성 등이 과대평가된 측면도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업체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회사임은 분명하지만 시장성을 인정받았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다만 최근 공격적인 투자와 증설을 통해 성장해나가면서 국내 배터리 핵심인력들도 노스볼트로 일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은 위협적인 대목"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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