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오는 23일 옥중에서 만 53세 생일을 맞는 가운데 사면론에 불이 붙으면서 광복절 특별사면 여부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1968년생인 이 부회장은 23일 구치소에서 53번째 생일을 보낸다.
이 부회장은 1월18일 '국정농단 공모'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서 옥고를 치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생일을 보내는 것은 생애 두번째다. 지난 2017년 삼성 총수로는 처음으로 구속돼 그해 생일을 구치소에서 보낸 바 있다.
사실 이 부회장은 최근 몇년간 생일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고 이건희 회장이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매년 경영 또는 사법리스크 속에 생일을 보냈었다. 만 52세 생일이었던 지난해 6월23일에는 수원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현장경영 활동을 펼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부회장은 올해도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으로 경영환경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TSMC는 미국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 추가로 최대 5개의 신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또 일본 구마모토현에 16나노미터(㎚·10억분의 1)와 28나노 공정의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굵직한 투자 계획을 실행하는데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공석 상태가 장기화하면 투자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렇다 보니 재계는 이 부회장을 사면해달라고 재차 요청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지난 14일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4월 이후 경제부총리를 시작으로 청와대와 국무총리에게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 오찬에서 사면론이 거론되며 이 부회장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6월23일 경기도 수원의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서는 가석방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 형법상 형기 3분의 1을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지만 하위 법규인 법무부 예규에 따르면 형기의 60% 이상을 채워야 가석방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오는 7월28일 복역률 60%를 채우면서 법무부의 가석방 요건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나올 경우 경영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은 형 집행을 면제해주거나 유죄 선고효력을 정지시키는 조치다. 반면 가석방은 형을 면제 받는 것이 아니다. 구금상태에서는 풀려나지만 거주지 및 해외출국 제한과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이렇다 보니 손경식 회장이 지난 4월에 이어 또 다시 사면론을 언급한 것도 가석방보다 사면에 힘을 싣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대만, 중국 반도체 기업이 각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이 부회장의 역량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