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내달 상장을 앞둔 기업공개(IPO) 최대어 크래프톤이 식어가는 공모주 시장 흥행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초대형 IPO 기업들이 청약 과정에서 대규모 뭉칫돈을 증시로 끌어들이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형성하고, 이 자금이 남아 다른 공모주 청약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만큼 청약 뭉칫돈이 성급히 재투자되기보단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남은 대어들을 기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 6개 IPO 기업들이 줄줄이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큐라클(7월13일~7월14일)을 시작으로 크래프톤(14~15일), 맥스트(16~19일), 플래티어(19~20일), 브레인즈컴퍼니(19~20일), 딥노이드(21~22일)가 뒤를 이을 예정이다. 지난 21일 증권신고서 제출 기업부터 중복 청약이 금지되면서, 지난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일정을 확정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크래프톤은 이번 공모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6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데, IPO 최대어의 등장에 투자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가 세운 청약 증거금 기록(80조9017억원)을 깰 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크래프톤으로 모일 청약 증거금이 증시 주변 자금으로 남아 다른 공모주에 재투자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전에도 초대형 IPO 기업의 상장이 풍부한 유동성을 형성하고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공모주 열풍의 시발점이 된 SK바이오팜에는 청약 증거금 약 31조원이 들어왔다. 청약에 실패한 대부분의 증거금이 투자자들에게 환불된 직후, 신도기연(955:1)과 위더스제약(1082:1)이 연이어 청약에 흥행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58조5000억원) 직후에도 핌스(1162:1), 압타머사이언스(1251:1) 등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으며, 증거금 약 63조6000억원을 끌어모은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로는 엔시스와 이삭엔지니어링이 일반 쳥약에서 2000대 1을 웃도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환불된 증거금이 증시에 남았다 해도 공모주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공모주 투자가 높은 수익률로 직결되던 과거와 달리 올해 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IPO 열기가 이전 만 못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치피오(357230)는 역대 최대 증거금(약 81조원)을 모집한 SK IET 직후인 지난 5월 초 청약을 진행했지만, 경쟁률은 100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SK IET 청약 증거금이 환불되면서 증시 대기 자금은 역대 최고 수준인 77조9018억원을 기록했으나, 공모주 시장으로 낙수효과가 이어지진 않은 것이다. 오히려 크래프톤이라는 스타 공모주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는 종목간 차별화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에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크래프톤이 시장 관심을 주도하고 있어서 다른 종목들이 오히려 소외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