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지침이 완화되고 자발적인 방역을 강조하는 분위기인데 유독 결혼식만 과한 잣대를 받고 있다."
내달 1일부터 새로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앞둔 가운데 서울시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에 대한 규제 완화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서울시 민주주의 서울에 따르면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결혼식장 인원제한 완화 요청'이 올라온 상태다.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이 직접 일상에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플랫폼이다. 한 시민이 제안을 올린 뒤 다른 시민 50명의 공감을 받으면 해당 부서가 수용여부를 검토하고 100명 이상이면 부서 검토단계를 뛰어넘어 공론의제로 선정된다.
요청에는 "7월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완화에도 불구하고 결혼식 및 예식장은 여전히 2단계 100명 이하라는 지침을 받고 있다"며 "현재 추세에 맞게 서울시에서 나서서 결혼식 거리두기 세부내용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달라"고 돼있다. 지난 20일 올라온 이 요청은 22일 오후 기준으로 133명의 공감을 받아 내달 20일 이후 시민 토론 의제에 오를 예정이다.
지난 20일 정부가 발표한 새 거리두기 2단계의 큰 방향을 보면, 사적모임 허용 인원이 늘어나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이 자정까지로 확대된다. 노래방,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시간 제한을 자정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도권은 내달 14일까지 사적모임 허용 기준을 6인으로 늘리고 이후부터는 8명도 허용한다.
돌잔치의 경우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100인 이내에서 가능하지만 호텔이나 뷔페 등에서 소규모로 열 경우에는 사적 모임 예외 적용을 받아 최대 16인까지 모일 수 있다. 정부가 소규모 자영업자의 생계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유독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은 100명 이상 집합금지가 유지된다. 보다 구체적인 지역별 거리두기 단계는 오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다.
정부 발표에 시민들이 서울시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오세훈 시장이 취임 직후 서울형 상생방역을 발표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맞서 왔기 때문이다.
중구 소재 한 웨딩홀 관계자는 "예식홀은 물론 뷔페 식당 입장 인원도 100명 이내로 제한됐기 때문에 하객들은 순서를 기다리기 힘들어하고, 하루에 식이 여러개가 있을 경우 다음 손님을 위해 일어나달라고 재촉하는 직원들의 번거로움이 있다"며 "서울형 상생방역 발표 당시에도 소상공인에 집중된 정책 때문에 결혼식장은 거리두기 완화 방안에서 소외됐는데 이번에도 여전해 답답할 노릇"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동안 강조해왔던 서울형 상생방역이 현 정부의 기조와 방향성이 같다는 이유로 거리두기 완화 방안을 추가 제안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의 지침에 더 이상 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어차피 거리두기 완화 기조로 가고 있기 때문에 시는 중수본의 기조에 크게 반할 뜻이 없다"며 "결혼식장, 장례식장 사적모임을 제한하며 방역 효과를 봤고 지금도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것에 대한 염려를 하는 시민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형 상생방역은 거리두기 완화를 하면서도 방역을 지키겠다는 의미였는데 정부가 현재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오 시장이 자가진단키트 도입 등으로 영업장별 특성에 맞는 영업 시간 완화 등을 추진하며 정부와 두 달 가까이 협의를 이어간 사이에 이같은 지침이 나오면서 서울형 상생방역은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13일 시청에서 서울형 상생방역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