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듭 밝혔다. 경기회복세가 확실시 되는 가운데 자산시장 자금 쏠림, 가계부채의 큰 폭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저금리 기조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소비자물가와 관련해서는 올해 2% 전후의 변동을 보인 후 내년 물가안정목표 수준인 2% 이내 유지를 전망했다. 다만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물가상승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주열 총재는 24일 한은 본관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코로나 위기가 닥쳤을 때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했던 상황에 맞춰 이례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며 "회복세에 맞춰 금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연내 적절한 시점에서 금리수준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시점을 연내로 못 박으면서 당초 예상보다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 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고 같은해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이달까지 모두 8차례 연속 같은 수준을 지속해 왔다.
이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사실상 지금의 금리 수준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가 닥쳤을 때 실물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하면서 물가상승률이 0%에 근접했을 때 맞춰 이례적으로 완화적으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자산시장 자금 쏠림과 가계부채 상승도 금리 인상의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최근에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이 증가하고 있고, 가계부채 문제도 있고 금융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에 유의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은행의 책무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데 금융불균형에 대한 대응을 소흘히 하면 반드시 시간을 두고 중기적으로 경기와 물가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며 "지금의 물가 상황 이외에 금융불균형 상황에도 유의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이날 한은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8%로 0.5%포인트 올려 잡은 바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가 약해지면서 다소 낮아지겠으나 빠른 경기회복과 함께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최근의 물가 오름폭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농축산물 가격, 유가 등 공급 요인의 영향이 줄어들면서 1%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위험요소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주열 총재는 "중기 시계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게 잠재해 있다"며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시행한 재정부양책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빠른 경기회복과 맞물려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동이동의 제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 지연될 경우 병목현상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친환경경제로의 이행과정에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며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높은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서 추가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연간 1.7%(1~5월 기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