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과 조기 긴축 우려에 대해 진화하고 나서자 증시가 안도하는 분위기다. 선제적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 미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덕분에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공식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9월 FOMC까지 악재가 보이지 않는 만큼 증시가 랠리를 이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47포인트(0.13%) 상승해 1만4271.73으로 체결됐다. 이틀 연속 사상 최고를 경신한 것이다.
다우 지수는 전장 대비 71.34포인트(0.21%) 하락해 3만3874.24를 기록했다. 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S&P500 지수도 4.60포인트(0.11%) 내려 4241.84로 거래를 마쳤다. S&P500도 사상 최고까지 0.4% 남은 채 사흘 만에 내렸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국 하원의 코로나19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가능성을 두려워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연준이 노동시장의 광범위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완화적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물가상승을 경제 재개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진단하며 반드시 금리인상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지난주 FOMC 정례회의 이후 시장에서 고조되고 있는 조기긴축 분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준 위원들은 2023년까지 최소 두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증시는 2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온건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제히 올랐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경. 사진/뉴시스
최근 미국 경제는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 활동 재개로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다. 그동안 시행했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경기 과열이 발생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3.4%로 상향 조정됐다.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 올라 2008년 5월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의 '통화 완화 유지'라는 기존 입장 번복에 안도하며 상승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0% 오른 3만3945.58로 장을 종료했다.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79% 상승한 1만4253.27을 기록하면서 장중·마감가 기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 추세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하며 1.465%를 기록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물가 우려에도 고용 정상화를 기다리고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고용 과열이 생기더라도 이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식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조기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낮아지면서 금융시장이 안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FOMC 회의 이후의 상황과 달리 파월의 '말발'이 통하는 분위기다. 당시에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지만, 일시적이다"며 과도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더라도 대처할 수단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른바 월가에서는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미 국채 금리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12월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3월 중반 1.74%까지 급등했다. 뉴욕증시도 이날 파월 의장 발언에 일제히 하락했다. 미 연준의 정책과 파월의 발언이 국채금리 급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시장은 연준이 6월 FOMC에서 테이퍼링 시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에 대해 이야기한 만큼 8월 잭슨홀 미팅, 9월 FOMC 등을 통해 본격적인 긴축을 언급할 것으로 보며 주목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