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판매 여부를 저울질 중인 ABL생명이 지난 3년 간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이 생명보험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거절직군 수도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얌체영업이란 지적이 나온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생명보험사 단독 실손보험 위험직군 평균 가입비율은 5.05%다. 전년 동기 보다 0.47%p 줄었다. 위험직군 가입비율이란 소방관, 경찰관, 택배기사 등 고위험직군이 해당 상품에 가입한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고위험직군 종사자들의 보험가입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이 비율을 공개 중이다.
한화생명(088350)은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 9.5%로 생보사 중 가장 높았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032830)은 9.1%로 그 뒤를 이었다. 농협생명과 신한생명은 각각 7.2%, 7.0%를 나타냈으며, 빅3 생보사 중 한 곳인 교보생명은 6.6%를 기록했다.
반면 ABL생명의 경우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이 0.29%로 생보사 중 가장 낮았다. 업계 평균 대비 4.76%p 낮았으며, 한화생명과 비교하면 무려 9%p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실손보험 가입거절 직군수도 업계 최다를 나타냈다. ABL생명의 지난해 하반기 실손보험 가입거절 직군수는 74개로 업계 평균 15개보다 60개 가량 많았다.
ABL생명의 실손보험 위험직군 가입비율은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처음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래로 지속 바닥을 기는 중이다. 지난해 상반기 0.2%, 2019년 하반기 0.2%, 2018년 하반기 0.2%, 2018년 상반기 0.3% 등 1.0%도 채 되지 않는 수치를 유지해왔다. 가입거절직군 수 역시 지난 3년간 최다를 보였다.
ABL생명의 이 같은 행보는 실질적으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은 실손보험에 대한 판매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종의 정책성 상품인 실손보험의 가입 문턱을 높여 구색 갖추기 용도로만 활용해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 ABL생명의 지난해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10만건, 보유 비중은 0.3%로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생명보험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실손보험은 의무보험은 아니지만 가입자 34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러 보험사들은 치솟는 손해율을 감수하면서까지 실손보험 판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ABL생명은 내달 1일부터 출시될 4세대 실손보험 판매 여부도 저울질 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한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 상품 역시 기존 실손보험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AIA생명, 오렌지라이프, 라이나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KB생명 등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ABL생명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여부는 회의를 통해 내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면서 "애초에 실손보험 계약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위험직군 가입비율의 높낮이를 따지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BL생명 여의도 사옥. 사진/ABL생명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