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내수 소비를 끌어올릴 ‘카드 캐시백’ 전략을 발표했으나 제도 시행 전부터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구매 통로인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결제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소비여력이 높은 고소득층 외에 소비 여력이 없어 ‘작위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 유도’라는 실효성은 없고 카드사 배만 불리기라는 지적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배려한 정책이라는 평가 사이 ‘갑론을박’은 심화될 전망이다.
1일 <뉴스토마토>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카드 캐시백에 대해 질의한 결과, 실효성이 없다는 측면과 소상공인을 배려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는 "정책에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며 "소비가 경제회복 좋은지 누가 모르나. 다만 지금도 대부분의 개인이 빚이 많은데, 과소비해서 캐시백 받는 게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인 사람이 8월에 10만원을 돌려받으려면 2배 이상인 203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조 교수는 "부채 고위험군이 4명 중 1명꼴"이라며 "여유 있는 사람들은 소비가 늘겠지만, 대다수 국민 중 소비를 늘릴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책에 무리수를 두면 탈이 나게 돼 있다"며 "소비도 미래를 낙관해야 가능하다. 위험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신유란 연구원은 "2분기 지출액에는 일반적 생활 소비액이 포함돼 있을 텐데, 3분기에 대형마트·백화점 등을 제외하고 소비를 더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늘어난 카드 사용액만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면 지출 요인이 커질 수 있겠지만 캐시백을 받으려고 일일이 계산까지 해가며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긍정적 평가도 잔존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폭발적인 소비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효성이 없지 않다"며 "내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했다.
또 "코로나 시기 소상공인이나 골목상권에 비해 백화점·대형마트는 타격이 크지 않았다"며 "제한을 두는 것이 맞고, 잘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소득층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은 대신 캐시백 정책을 통해 분배 차원의 문제도 다소 완화된 것 같다"라고도 말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책으로 카드사들만 이익을 누릴 거라는 의견도 제기 됐다. 실제 일부 정치권이 지난해 5~8월 중 긴급재난지원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영업수익(가맹점수수료)은 973억7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즉, 신용카드 캐시백으로 카드사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얘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카드사 배만 불리는 카드캐시백 정책을 철회해 달라"며 "해당 정책은 조건이 너무 많아 디테일에서 함정이 너무 많다"는 글이 게재된 상태다.
해당 글에는 "지난분기보다 카드사용량이 더 많아야 하고 분기 최대 지원금은 고작 30만원이며 그 분기 최대지원금은 심지어 월단위 최대 10만원으로 제한돼 지급 받기 위한 조건이 너무 복잡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사람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체크카드 캐시백 제도를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식당가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용윤신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