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시와 경찰의 집결 차단 시도에도 불구하고 종로 등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약 2시간 동안 기습 시위와 행진을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3일 오후 1시쯤 조합원들에게 "여의대로 진입이 원활치 않아 장소를 긴급히 변경한다"고 공지해 오후 2시 종로로 집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오후 1시 50분부터 1,3,5호선 종로3가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많은 노조원이 1시 30분부터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1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 근처에는 경찰 차벽과 펜스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버스와 인파가 뒤엉키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가방에서 모자와 붉은 머리띠, 조끼를 꺼내 입고 사전에 배포한 피켓을 든 채 오후 2시쯤 종로2가 종로타워빌딩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자체 추산 8000명 조합원들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비정규직 철폐하라' '구조조정 중단하라'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 등 투쟁가도 불렀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회자가 "너무 촘촘히 붙어있으니 양옆 간격을 벌려달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오후 2시 40분쯤 종로2가 사거리부터 종로3가 사거리까지 차로 4~6개를 점유하고 앉아 전종덕 사무총장의 진행 아래 전국노동자대회가 진행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생존과 안전 고용을 지키려 이 자리에 모였다"며 "더 이상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용납하지 않고 노동자의 힘과 분노로 이 세상을 바로잡자"고 밝혔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에 따라 3차례 집회 해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아랑곳없이 약 30분 동안 대회를 이어갔다.
이후 이들은 3시 15분쯤 집회를 마무리하고 종로5가 방향으로 행진했다. 약 500m를 행진한 뒤 종로4가 사거리에서 을지로4가역 인근 청계천 배오개다리에 이르렀다가 경찰 부대에 가로막혔다.
조합원들은 오후 3시 44분쯤 파업가 제창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일부는 현장에 남아 구호를 외치다가 오후 4시를 넘겨서 대부분 해산한 상태다.
시위와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일부 충돌도 발생 했다. 당초 경찰은 연행자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1명을 체포해 혜화경찰서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정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213개 부대를 동원해 도심과 한강 다리 등에서 임시 검문소 59곳을 3중으로 운영하는 등 강도 높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