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의 유족 측이 성추행 발생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MBC 'PD수첩'은 29일 방송을 통해 이 중사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로부터 입수한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 3월2일 이 중사 성추행 피해 당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선임인 노모 상사는 차에서 내리며 뒷자리에 앉아있던 가해자 장모 중사와 이 중사에게 “한 명 앞에 타라”고 했다. 이에 장 중사는 "안 타도 돼"라며 거부했다.
장 중사의 성추행에 이 중사는 "장 중사님, 저 내일 얼굴 봐야 되지 않습니까"라며 거부했으나 장 중사는 추행을 이어갔다. 장 중사는 운전하는 후임 부사관이 추행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이 중사가 취한 상태인 것처럼 "정신 차려"라고 거듭 말했다.
결국 차량이 부대 안으로 들어가자 이 중사는 "여기서 내려줘"라며 숙소를 한참 남겨두고 하차 의사를 밝혔다. "괜찮으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운전자 물음에도 이 중사는 "그냥 걸어가면 돼. 조심히 들어가"라고 답한 뒤 차량에서 내렸다.
블랙박스 화면에는 조금 뒤 장 중사도 차에서 내려 이 중사가 간 방향으로 걸어가는 장면으로 블랙박스 영상은 끝났다.
이 중사는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블랙박스를 직접 확보해 군사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는 이를 사실상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MBC PD수첩은 이날 '2차 가해' 혐의 등을 받는 20비행단 정보통신대대장과 노모 준위가 사건 직후 이 중사 부모를 만났을 때 육성도 공개했다.
정통대대장은 이 중사 부모를 만나 "어쨌든 이 중사 보호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해자하고 피해자하고 완전히 분리하고,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지은 죄만큼 처벌받을 수 있게, 그런 것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준위도 "요즘엔 성 관련 사건이 피해자 기준이기 때문에 안에서 조사한다고 걱정을 하시거나 이러실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 준위는 노 상사와 함께 이 중사가 신고하지 못하게 회유하고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유족 측이 고소한 정통대대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