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독립기념일(7월4일) 이후 북한의 대외 행보가 앞으로 북미 대화 재개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미국 독립기념일을 전후로 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이었던 만큼 향후 행보에 따라 대화 재개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북한이 지난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도발을 감행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올해에는 비교적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리선권 외무상 등 주요 인사의 담화나 군사적 움직임 등 미국을 겨냥한 도발은 없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공개 활동에서 간부들에 대한 질책, 인사 조치 등을 통해 내부 기강을 다잡으며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대외 행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바이든 정부 임기 초기인데 단추를 잘 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은 행동이 오히려 북한의 앞으로 행보를 상당히 제약할 수밖에 없다"며 "북한 내부의 코로나19 등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인 무력 시위를 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 독립기념일을 전후로 메시지를 내거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실제 지난해 7월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북미 대화 재점화 가능성을 일축했고 대함 순항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무력시위를 펼쳤다. 이보다 앞선 2017년 7월4일에는 ICBM '화성-14형'을 쏘아 올렸다. 2009년 7월4일에는 단거리 미사일 7발을, 2006년 7월5일에는 ICBM급인 '대포동 2호' 등 미사일 6발을 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미국의 잇단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북한도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북한은 지난달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과 대화할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미 비난은 자제하는 등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과의 친선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중의 밀착 강화 행보는 미중 갈등 속에서 북한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역시 북한을 미국을 압박할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칭화대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서 "미국은 수십년간 북한에 가한 위협과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당장 대북 제재 완화나 한미연합훈련 연기·축소 등 북한을 대화로 이끌 분명한 대북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당분간 남북, 북미 관계 경색 국면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7월에는 미국 독립기념일 이후 김일성 주석 사망 27주기(8일), 북중 우호조약 60년(11일), 남북 정전협정 체결(27일) 등 중요 정치 일정들을 앞두고 있다. 북한의 대미 메시지에 따라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난달 29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