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치솟는 국제유가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됐던 OPEC+ 회의가 원유 증산에 대한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UAE의 감산연장 조건 반대 입장 속 마지막 회의는 개최조차 되지 못한 채 결렬된 만큼 당분간 유가 변동성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하마드 바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날 예정됐던 OPEC+(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 회의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하루 일정으로 시작했지만 만장일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수차례 연기된 이번 회의는 끝내 매듭은 물론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마무리 됐다.
이번 회의의 화두는 단기적인 증산과 감산정책 종료 시점의 연장이었다. 앞서 OPEC+ 대부분의 국가가 8~12월 하루 40만배럴의 증산과 감산정책 종료시점인 내년 4월을 12월로 미루는 것에 동의했지만, UAE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1일과 2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5일 다시 회의를 열어 재시도할 예정이었으나, 회의는 재개되지 않고 취소됐다.
UAE가 감산 완화 연장에 반대하는 이유는 최근 수입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에 따라 원유 생산량을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UAE는 한시적 증산엔 동의하지만, 감산 완화 합의 시한 연장을 위해선 생산능력이 재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OPEC+ 입장에선 회원국 생산능력 재산정에 따른 증산할당량 설정 단계에서 일부 국가들의 물량이 적어질 수 있어 기구 내 갈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감산 완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이견을 비롯한 사우디와의 UAE의 신경전 역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바레인 사키르 사막에 있는 유전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AP뉴시스
OPEC+가 감산 연장은 물론 증산합의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한 탓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당장 8월부터 증산이 낙관된 산유국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데다, 계획이 명확하지 못한 탓에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5일 기준 WTI가격은 전일 대비 1.5% 뛴 76.27달러로 최근 3년 새 최고치를 기록하며 70달러 후반대를 향하고 있다.
특히 OPEC+ 합의가 지연될 수록 현재 수준의 감산이 이어져 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OPEC+ 재논의를 통한 일단락이 향후 국제유가를 결정할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세가 수요회복 부재 속 공급이슈에 기인한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재논의를 통해 공급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높은 가능성은 아니지만 강등 심화 속 무분별한 원유증산에 따른 유가전쟁 경우의 수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김소현 대신증권 투자전략가는 "OPEC+가 하반기 원유수요량이 상반기에 비해 50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원유감산량이 8월에도 이어진다면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이 존재한다"라며 "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급등하게 될 경우 원유수요 둔화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OPEC+가 단기간 내 합의를 하는 것이지만 사우디와 UAE의 합의 결렬이 장기화된다면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라며 "사우디의 경우 OPEC+정책을 정하는 데에 있어 만장일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사우디와 UAE 두 국가가 타협을 보지 않는 한 OPEC+ 정책 불확실성은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결국 지난해 11월 회의에서도 그랬듯 UAE가 사우디의 의견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회의가 결렬될 수준으로 갈등이 심화됐고 UAE가 워낙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생산쿼터(할당량)대로 연말까지 하루 200만배럴의 증산 스케줄을 유지하되 감산은 내년 4월까지만 이뤄지는 우선 합의가 유력해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